식도암 환자의 후회, "음주, 흡연 동시에 했어요"

[사진=Nerthuz/shutterstock]

"술 마실 때 꼭 담배를 피웠어요. 회식 때는 거리로 자주 나와야 했지요. 행인들한테 핀잔도 자주 들었습니다. 하지만 술만 마시면 담배가 더 생각났어요. 진작에 끊어야 했는데..."

직장인 김영훈(47세) 씨는 식도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가 식도외막을 침범하고 국소 림프절에도 전이가 7개 이상 진행됐다. 김 씨는 20년 이상 영업직에 종사해왔다. 저녁 술자리가 잦았고 담배도 많이 피웠다. 그는 식도암 환자가 된 후 "술자리 흡연이 독이 된 것 같다" 했다.

- 남성 환자가 여성의 10배, 위암은 2배인데...

식도암은 음식물이 통과하는 식도의 점막, 점막하층, 근육층 등에 생기는 암이다. 식도암은 2015년 2420건 발생했다. 위, 대장암에 비해서는 적지만, 상당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식도암은 일단 진행되면 급격히 치료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식도암 환자의 남녀 비율은 10대 1이다. 남자가 2201건으로 여자 219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국가암등록통계). 위암 2대1, 대장암 1.5대1, 간암 2.9대 1, 폐암 2.3대1에 비해 남자 환자 수가 두드러진다. 왜 식도암은 남자 환자가 많을까?

- 술, 담배 동시에 하면 위험도 상승

우리나라 전체 식도암의 95% 이상이 편평상피세포암이다. 이 암은 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독한 술과 과음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담배를 피워도 식도암 위험이 5-6배 증가한다. 특히 음주와 흡연을 같이 하면 알코올과 담배에 섞인 발암물질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식도암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앞의 김 씨처럼 독한 술을 자주 들이키면서 담배까지 피우면 식도 점막 등에 손상이 빨리 일어난다. 발암물질이 체내에 침투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남자 환자가 많은 이유는 여성에 비해 술자리가 잦고 흡연 인구가 많은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 채소, 과일 등이 부족한 식생활도 원인

채소, 과일 등을 적게 먹어 비타민 A, C, E, 나이아신 등이 부족해도 식도암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불에 탄 음식에 많은 니트로사민과 같은 발암물질도 식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이나 철분이 부족하면 구강이나 인두, 식도의 점막이 위축되는 플러머-빈슨 증후군을 앓을 수 있다.

김 씨처럼 수십 년 동안 음주, 흡연을 같이 하면서 탄 음식을 가리지 않았다면 식도암 위험이 높아진다. 식도암은 김 씨처럼 50대는 18.8%, 60대 31.6%, 70대 34.8% 등 나이에 따라 점차 증가한다. 하지만 젊은 식도암 환자도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 위식도역류질환은 빨리 치료해야

식도암 중 선암은 위식도 역류와 관련이 깊다. 이는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질환으로 장기적으로 식도점막에 손상을 일으켜 바렛 식도의 원인이 된다. 바렛 식도는 식도암의 전 단계로 정상인에 비해 식도암 위험이 30-40배나 증가한다.

이용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소화기내과)는 "위식도역류질환의 재발과 치료가 반복되면 식도암 위험을 높이는 바렛 식도 등의 합병증을 초래하기도 한다"면서 "위식도역류질환 증상이 있으면 적절한 진단과 함께 빨리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음식을 삼키기 힘들거나 통증이 있다면

식도는 음식이 지나가는 통로이므로 식도암에 걸리면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삼킬 때 통증이 생긴다. 하지만 식도는 잘 늘어나 작은 식도암의 경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식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음주, 흡연 등 위험 요인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식도암의 검진 방법으로는 식도 내시경 및 초음파 내시경이 최선의 방법이다. 흡연이나 음주를 많이 한 50세 이후의 연령대는 1년에 한 번 이상 내시경을 해보는 것이 좋다.

- 식도암 조기 진단 길 열리나

내시경 외에 날숨(내쉬는 숨) 검사를 통해 식도암 및 위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논문이 나왔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의대 연구팀이 335명의 날숨 샘플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식도암이나 위암 환자에서 검출된다고 알려진 부티르산, 부틸 알데하이드 등 5가지 화학물질을 지표로 사용했다. 그 결과 이 화학물질의 수치가 높은 사람을 식도암 위험 인물로 판단한 후 내시경 검사와 대조했더니 약 85% 일치했다.

이 연구는 다른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공포감 없이 간편하게 식도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논문(Assessment of a Noninvasive Exhaled Breath Test for the Diagnosis of Oesophagogastric Cancer)은 지난 5월 미국의사협회 저널인 JAMA Oncology에 실렸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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