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와 묵공의 최후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272호 (2018-11-05일자)
양심적 병역거부와 묵공의 최후
‘양심적 병역 거부'가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군요. 1일 대법원이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Jehovah's Witnesses)' 신도 오승헌 씨에 대해서 무죄를 확정한 뒤 아직까지 시끌벅적하지요?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단어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여호와의 증인은 19세기 미국에서 "초기 기독교로 돌아가자"는 회복주의를 내세우며 발흥한 범 기독교 교파입니다. 신도들은 《파수대》, 《깨어라》 등의 잡지를 나눠주며 선교하지요. ‘삼육,' ‘SDA'란 이름으로 의료, 교육사업에 열심인 ‘제7일안식일 예수재림교회'나 거리에서 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서양인이 선교를 하는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몰몬교)'와도 엄연히 다른 종교입니다. 병역 거부 못지않게 ‘수혈 거부'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들의 수혈 거부는 대체로 비난받고 있지만, 병역 거부는 찬성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전쟁 거부와 평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니까 얼마나 그럴듯합니까? 마침내 병역 거부를 인정받는 대법원 판결도 받았습니다.
중국 역사에서도 비슷한 그룹이 있었습니다. 묵가(墨家)입니다. 한때는 중국의 대표적 사상 그룹이었습니다. 맹자는 "천하의 도를 (양 극단인) 양자와 묵자가 지배하고 있다"고 개탄했고, 한비자는 사상가를 가리킬 때 유가와 묵가를 합쳐서 유묵(儒墨)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묵가는 유가의 가족적 사랑에 대칭되는 차별, 조건 없는 사랑 ‘겸애(兼愛)'를 주장했습니다. 천지(天志), 즉 하늘의 뜻에 따라 피지배층을 옹호했으며 비전(非戰), 비공(非攻)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의 거리는 멀고 깊었습니다.
한중일 합작 영화 《묵공》은 소설과 만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졌는데, 혁리가 이끄는 묵가가 조나라의 10만 대군을 물리치고 이상향으로 떠나는 ‘아름다운 결말'로 끝나지만, 현실이 그럴 리 있겠습니까?
《여씨춘추》 <상덕>에 따르면 묵가의 거자(鉅子·지도자) 맹승이 초나라 양성을 지킨다는 약속을 이룰 수 없게 되자 송나라에 있는 전양자(田襄子)에게 거자의 지위를 넘겨주는 편지를 보내고 제자 183명과 함께 집단 자살합니다. 전양자에게 편지를 전해주러 갔던 제자들도 새 거자의 명령을 어기면서 돌아와 스승의 뒤를 따릅니다. 일부 진보 언론에서는 ‘평화의 정신'을, 보수 언론에서는 ‘신의'를 칭송하지만, 묵가는 이렇게 역사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전쟁을 하지 않으면 가장 좋을 것인데, "전쟁을 준비하지 않는 평화란 없다"는 것이 엄정한 현실이지요. 며칠 동안 헷갈렸고 지금도 혼미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집총이 아닌 대체복무를 통해 국가에 기여할 길을 열어 개인의 인권을 살린 측면이 크겠지만, 군 복무에 대한 근간을 부정했다는 느낌도 떨칠 수가 없군요. 비공, 수성을 외쳤던 묵가의 몰락이 계속 머리에 맴도는 것은 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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