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노인, 대학병원서 탈장수술 거부당한 까닭
<강윤식 칼럼>
멜론 크기로 부은 음낭, 국소마취 수술로...
90세 어르신이 심한 서혜부 탈장으로 오셨습니다. 수술을 얼마나 미루셨는지 음낭 부위가 큰 멜론 크기는 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같이 오신 따님께 왜 이렇게 되도록 수술을 안 받으셨냐고 여쭤보니, 3-4년 전에 탈장 진단을 받고는 수술을 위해 여러 대학병원을 찾아다니셨답니다. 그런데 탈장이 너무 심하고 연세도 많아 위험하다며 가는 곳마다 족족 수술을 거절하더랍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수술을 못하겠구나 싶어 포기를 하고 지내오신 겁니다.
그러던 중 요즘 들어 통증도 더욱 심해지고 힘들어하시기에 따님이 다시 이것저것 알아보다 저희 병원을 알게 되셨답니다. 이미 103세와 100세 초고령 환자의 수술을 한 적 있다는 얘기에, 여기라면 수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아버님을 모시고 온 것입니다.
수술 침대에 누워 계신 환자분을 보니 정말 탈장이 크고, 그 탓에 음낭부위의 피부까지 전부 상해 있었습니다. 얼마나 심각한지 수술실 간호사가 국소마취로 수술이 가능하겠느냐고 확인을 해올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여태껏 어떤 경우든 모두 국소마취로 탈장수술을 해드렸기 때문에 이분께도 당연히 국소마취로 안전하고 튼튼하게 수술을 해드렸습니다. 저녁에 병실 회진을 가니 할아버님께선 그 큰 탈장이 어디 갔는지 너무 신기하다며, 저를 업어주고 싶다고 기뻐하셨습니다.
이분처럼 탈장이 심한데도 의사들이 수술을 거부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주로 연세가 많거나 지병이 심각한 환자일 때에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전신마취로 탈장수술을 하는데, 이런 분들께는 전신마취가 매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장 생명에 치명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수술을 거부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소마취로 수술을 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국소마취 탈장수술은 아무리 연세가 많든, 지병이 심각하든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100세가 넘는 분들은 물론, 산소호흡기 없이 단 몇 분도 견디지 못하는 분이나 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분, 복수가 심해 복수를 주기적으로 뽑는 분들도 모두 저희 병원에서 안전하게 탈장수술을 받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