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전문의가 전하는 수험생 수면 조절법
11월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약 2주 남짓 남았다. 수능처럼 하루에 모든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험은 당일 컨디션 또한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최적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수면 전문가인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중 교수가 수면 건강 팁을 전한다.
평소처럼 잠자리에 들어라
해마다 잠을 설치는 바람에 시험을 망쳤다는 수험생이 나온다. 대부분 시험 당일 맑은 정신으로 시험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평소 보다 일찍 잠자리에 든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김의중 교수는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김의중 교수는 "수면은 사람에게 있어 중요한 생체리듬"이라며 "생체리듬을 순간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데 잠드는 시간을 앞당기는 것은 더욱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평소 잠들고 깨는 시간대에 따라 잠이 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평소 잠드는 시각 한 시간 전은 생물학상 '수면 금지 시간대'라 불릴 만큼 잠들기 힘든 시간대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평소 밤 10시에 잠들었다면, 밤 9시~10시 사이는 잠드는데 최악의 시간이 셈이다. 따라서 시험을 앞두고 인위적으로 앞당겨 잠을 청하면, 평소 취침 시간을 훨씬 넘겨 간신히 잠이 들거나, 최악의 경우 새우잠을 자고 시험을 보는 경우까지 맞게 된다.
2주 전부터 조절해야
수면 습관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적절한 수면 시간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다음날 생활할 때 지장이 없는 정도의 수면 시간이 자신에게 가장 적당한 수면 시간이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적당한 수면시간을 알고 조절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시험 2주 전부터는 수면 패턴을 시험 전날 혹은 당일에 맞추어 바꾸는 것이 좋다. 밤 11시에 자고 오전 6시에 일어나 하루 7시간 정도의 수면을 유지, 시험을 치르는 오전 시간대에 맑은 정신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잠드는 시간을 하루 15분씩 점진적으로 앞당기고, 아침에 조금씩 일찍 일어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배고파서 잠 안 올 땐, 바나나와 요구르트
취침하기 4~6시간 전에 카페인 함유 음료를 마시는 것도 수면에 방해를 줄 수 있는데, 저녁 7시에 커피를 한 잔 마신다면 밤 11시까지도 카페인의 반 정도가 몸속에 남아있게 된다. 커피뿐만 아니라 많은 종류의 음료, 음식, 의약품에도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되도록 잠들기 전 음식물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더욱이 맵거나 짠 음식은 속 쓰림을 유발하여 수면에 방해가 된다.
반면에 배가 고파도 잠들기가 어려운데, 이때는 가벼운 군것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이 함유된 음식물은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트립토판이 함유된 바나나, 요구르트, 통밀 과자, 땅콩버터 등을 조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먹고 나면 졸리는 음식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추처럼 먹은 후 졸리는 음식이 있기는 하나, 단기간 섭취로 인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므로 숙면을 위해서는 평소에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수면유도제 복용 금물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해 수면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간혹 수면유도제 등의 약을 먹는 경우가 있다. 수면유도제는 교대 근무자나 며칠 동안 밤을 새워가며 지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연구원들이 수면 부족 상태에서도 맑은 정신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용을 해 외국에서는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다른 건강 상태에서 약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예상할 수 없다. 시험을 며칠 앞둔 상태에서 급한 마음에 약을 먹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김의중 교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강박감에 밤을 새워 공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잠을 줄이면 다음 날 공부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기 마련"이라며 "낮에 졸지 않더라도 수면이 부족하면 집중력, 판단력, 기억력 등이 떨어지는데 특히 신체의 모든 기능이 가장 떨어지는 오전 1시~3시 사이는 공부를 해도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피로만 쌓이게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