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암 환자의 후회, "이제야 간접흡연 걱정해요"

[사진=Orawan Pattarawimonchai/shutterstock]

후두암 3기 환자인 김정우(가명, 남) 씨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를 함께 받느라 몸이 파김치가 된지 오래다. 그는 통증이 조금이라도 가시면 "담배를 일찍 끊었어야 했는데..."라며 후회하고 있다.

30년 넘게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운 그는 아파트 주민들과 다툼이 잦았다. 함께 사는 어머니의 눈총을 피해 베란다에서 계단, 1층 화단까지 내려가 담배를 피웠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만나면 담배연기가 가득 찬 골방에서 밤새 카드놀이를 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는 후두암으로 이미 성대가 마비된 상태다. 40대 후반으로 아직 미혼인 그는 '어머니께 미안하다'는 듯 간호를 하는 70대 노모를 바라봤다. 자신 때문에 평생 간접흡연의 피해를 봤을 어머니의 건강을 걱정하기도 했다.

- 가장 확실한 후두암 위험 요인은 흡연이다

목의 중앙에 위치한 후두는 호흡과 발성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 곳에 생긴 악성종양이 바로 후두암이다. 후두는 목의 식도와 기도의 입구와 연결돼 있다. 두경부(머리와 목)암의 일종으로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흡연’하면 폐암을 떠올리지만 후두암도 큰 관련이 있다. 후두암 환자의 대부분은 흡연 경험이 있거나 담배연기에 노출됐던 사람들이다. 후두암은 담배연기와 접촉했던 기간과 흡연의 양에 따라 발병한다. 당연히 담배연기에 노출이 많이 될수록 후두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 의외로 많은 환자... 중년 남성을 위협한다

후두암은 지난 2015년 우리나라에서 1146건 발생했다. 남녀 환자의 성비는 16.1대 1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흡연자의 대부분이 남성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가 33.8%로 가장 많았고, 70대 29.7%, 50대 22.2%의 순이었다.

후두는 일종의 파이프 같은 구조로 내부의 벽은 호흡상피 조직이 둘러싸고 있다. 이 호흡상피에서 생기는 편평세포암이 후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두경부암은 호흡이나 음식 섭취와 관련된 기도, 소화관 내부를 싸고 있는 상피세포에서 발생한다. 이곳에 흡연, 과음, 공해 물질,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자극이 가해지면 상피세포가 암세포로 변하게 된다.

- 흡연에 음주까지... 후두암 위험 더 높아진다

술도 후두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과음을 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후두암 위험이 더 높다. 특히 술을 마실 때 흡연도 같이 하는 사람은 흡연만 하는 경우보다 후두암의 위험이 올라간다.

흡연 및 과음과 관련된 영양과 비타민 부족도 후두암의 위험 요인이다. 흡연을 하면 비타민 C가 부족해지진다. 담배 한 개비는 25 밀리그램의 비타민 C를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업도 영향을 미친다. 석면에 노출되는 경우 후두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그 외 알루미늄 생산, 고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후두암 발생 위험이 높다.

- 쉰 목소리가 6주 이상, 검사를 받아라

후두암은 목소리의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증상이다. 쉰 목소리가 수개월 간 지속될 수도 있다. 목에서 혹이 만져지고 목구멍에 이물질이 걸려 있는 느낌,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어 질 수 있다. 숨을 들이 마실 때 목에서 잡음이 들리고 목이 아픈 증상이 오래 가면 후두암을 의심해야 한다.

쉰 목소리가 6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의와 상담해 내시경 등 정밀 진단을 받는 게 좋다. 가장 확실한 후두암 예방법은 금연이다. 특히 흡연과 과음을 같이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채소, 과일, 통곡물을 자주 먹어 비타민 A, C, E 등을 적당량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 비흡연자가 후두암? 간접흡연이 더 위험하다

담배 속의 발암물질은 흡연자가 담배필터를 통해 들이켰다가 내뿜는 연기보다, 담배의 끝에서 바로 나오는 연기에 더 많다. 간접흡연에 의한 연기는 저온에서 불완전 연소된 것이기 때문에 고농도의 발암물질과 유해성분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 특히 담배의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피렌은 3.6배, 벤조피렌은 3.4배나 더 많이 들어 있다.

우홍균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두경부암은 방사선(치료)에 반응을 잘 하는 편이라 암이 많이 진행됐어도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방사선치료는 대부분 수십 회 정도 하는데, 환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치료 횟수를 줄이면서 효과를 내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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