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보통'인데...한국에선 '과체중'
과체중이 오히려 건강에 더 좋을 수도 있다는 '비만의 역설'은 여전히 의학계에서 의견이 갈린다. 그런 가운데 어쩌면 이 '과체중'의 기준이 너무 낮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다.
11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내 비만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에 대한 국정감사 질의에서 지난 7월 27일 발표한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2018~2022)'을 비판하며 "우리나라 비만 기준이 낮게 책정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혹독한 비만 기준이 과도한 다이어트를 부르고,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남인순 의원에 따르면 대부분 OECD 국가에서는 정상 체중의 기준을 체질량지수(BMI) 제곱미터당 25킬로그램 이하를 정상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보다 낮은 23킬로그램 이하를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2000년 제정된 아시아태평양지역 비만 기준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망률 가장 낮은 그룹, 우리나라에선 '비만'
우리나라가 아시아태평양지역 비만 기준을 사용하는 것은 초기에 우리나라 국민들의 체중에 대한 자료가 없어 상대적으로 키와 몸무게가 적은 동남아시아 쪽 동양인의 기준을 적용한 것이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동양인 중에서도 체구가 큰 편이며 최근 체질량지수와 사망률에 대한 연구에서도 한국인은 사망률이 가장 낮은 그룹의 아시아 평균보다 높았다. 아시아인 114만 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비만 연구에서 체질량지수 제곱미터당 22.8~27.5킬로그램 사이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한국인에서도 체질량지수 제곱미터당 25.0~27.4킬로그램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 현재 국내 기준으로 따지면 질병 및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1단계 비만(25.0~29.9)에 해당한다.
인종별로 차이 크지 않아…일본은 이미 조정
2004년 WHO 전문가 회의(Expert Consultation)의 아시아인에 대한 적절한 체질량지수 권고에 따르면 체질량지수 비만 기준이 인종별로 차이가 크지 않다. 작은 차이로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국제비교를 위해 국제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후 WHO 서태평양지부는 세계 비만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일본 또한 2014년부터 비만 기준을 조정해 체질량지수 정상기준을 남성 제곱미터당 27.7킬로그램, 여성 26.1킬로그램으로 조정했다.
남인순 의원은 "최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도 50세 이하 여성을 제외하고 최적 체질량지수가 제곱미터당 18.5~24.5킬로그램보다 높을 것이라고 제시했다"면서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도 질병 위험과 사망 위험이 동시에 높아지는 수준으로 비만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인순 의원은 "이렇게 낮은 비만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국민의 보건향상과 건강을 위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44 사이즈를 기준으로 삼는 패션업계나, 비만 관련 업계의 반대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