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수술, 이번엔 산부인과..."男간호조무사 711회 수술"
울산의 한 대형 산부인과가 제왕절개 수술 봉합, 요실금 수술 등을 의사가 아닌 간호사, 간호조무사에게 수백 차례 대신 맡겨온 정황이 적발됐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 20일 울산 A 산부인과 소속 원장 B씨를 포함한 병원 의사 8명, 간호사 8명, 간호조무사 6명 등 22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들 의료진은 의료법, 보건범죄단속법, 특정경제범죄법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산부인과는 2014년 12월부터 2018년 5월까지 3년 이상 ▲ 제왕절개, 복강경 수술 시 봉합 ▲ 요실금 수술 ▲ 여성 성기 성형술 등을 남성 간호조무사 C씨와 간호사 D씨가 주치의 대신 수술했다. 경찰은 "의무기록지, CCTV 등으로 파악한 유령 수술만 721회"이며 "이 가운데 C씨는 711회 수술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간호조무사로 10년 이상 일한 C씨는 원장 B씨의 제안을 받고 2014년부터 A 병원에서 근무했다. 경찰 관계자는 "C씨는 봉합뿐 아니라 자궁근종 수술 시 개복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경찰은 "C씨는 월급 340여만 원 외에 다른 대가는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은 C씨와 D씨가 봉합 등 의료 행위를 할 때 수술을 보조한 방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산부인과가 지난 4년간 시행한 수술은 총 4000여 건"이라고 했다. 원장 B씨 등 의사 3명에게는 무면허 의료 행위에 따른 요양급여비 10억여 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편취한 혐의도 추가됐다.
A 병원은 "C씨가 일부 수술에서 봉합, 드레싱 등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것을 확인해 이와 연관된 대표 원장, 원장, 간호조무사를 퇴사 조치했다"라면서도 "C씨 이외의 다른 의료진, 제왕절개에서의 무면허 의료 행위 사실은 없다"고 경찰 조사 결과를 부인했다. 현재 경찰에 입건된 22명 가운데 11명은 병원에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
경찰은 "병원의 관행적, 음성적 무면허 의료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 수술실 출입자 기록 관리 철저 ▲ 수술실 출입구 CCTV 설치 의무화 ▲ 수술실 CCTV 활영 허용 등을 법제화하도록 보건복지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