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기, 한눈판 사이 사고 위험
유아용 보행기가 백해무익하다는 의사들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소아과 학회 회원인 벤저민 호프만 박사는 공영 라디오 방송 NPR에서 "보행기는 본질적으로 위험한 물건이며 아무런 이점이 없으므로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호프만 박사 개인의 돌출적인 발언이 아니다. 미국 소아과 의사들은 수십 년간 보행기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4년 사이 23만 명에 달하는 15개월 미만 유아가 보행기와 관련한 골절, 뇌진탕 등으로 응급실 신세를 졌다.
보행기는 아직 걷지 못하는 아기들을 위해 고안됐으나, 바퀴가 달린 보행기를 제대로 조정할 능력이 없는 아기들은 뜻하지 않게 차도로 뛰어들거나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를 당하기 쉽다.
소아과 의사들은 소비자 단체와 연대하여 지난 1992년 판매 금지를 요구했다. 이를 계기로 일부 부모들은 보행기 사용을 중지했고, 제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안전 기준을 강화했다. 덕분에 1990년 2만1000건에 달했던 보행기 사고는 2003년에 3200건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여전히 매년 2000명 이상의 아기들이 보행기 부상으로 응급실을 찾는다고 지적했다.
클리블랜드의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소아 응급학 제리 로즈 교수는 "보행기에 탄 아기들은 평소에 혼자 힘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곳까지 이동하기 쉽다"면서 "수영장, 부엌에 갔다가 물에 빠지거나 화상을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바퀴가 달린 보행기의 이동 속도는 예상 밖으로 빠르다. 어른의 일상적인 움직임보다 빠른 초당 1.2미터에 달한다. 아기에게 보행기를 사줄 때 어른들은 주의해서 지켜보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기지만, 사고는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벌어진다.
게다가 보행기를 타면 걸음마를 빨리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부모들의 짐작도 틀렸다. 오히려 걷기를 배우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게 최근 연구 결과다.
이번 연구를 이끈 개리 스미스 박사는 "보행기는 시중에서 판매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NPR은 그밖에 다른 유아용품을 사용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캐리어나 유모차, 목욕용 시트, 기저귀 교환대를 부주의하게 사용하여 다치는 3세 미만 아기들이 8분에 한 명꼴로 병원에 실려 온다.
[사진=Victor Maschek/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