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부족하면, 귀까지 나빠진다 (연구)

국내 연구진이 수면 부족이 청력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동물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17일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최지호·김보경 교수 연구팀은 최근 수면 부족이 청력 저하를 유발하는 기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무작위로 뽑아 15마리는 정상적으로 생활하게 했고 12마리는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 그 후, 잠을 자지 못하게 한 쥐 그룹을 대상으로 9일간 수면 박탈 후의 청성뇌간반응(ABR, auditory brainstem response) 검사와 변조이음향방사(DPOAEs, distortion product otoacoustic emissions) 검사를 실시했다.

두 그룹을 비교 분석한 결과, 잠을 자지 못한 쥐 그룹이 그렇지 않은 쥐 그룹보다 청성뇌간반응 역치가 8, 16, 32킬로헤르츠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또 이음향방사 수치도 여러 주파수에서 유의하게 감소해 외유모세포의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을 확인했다.

두 그룹에 혈액검사와 달팽이관 조직검사를 시행한 결과, 잠을 자지 못한 쥐 그룹에서 혈액 내 염증성 사이토킨 '인터루킨-1β' 또한 유의하게 증가했다. 특히, 청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달팽이관의 라이스너막 파열과 부동섬모의 형태학적 손상이 확인됐다. 종합적으로 수면박탈이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증가, 이온 항상성의 이상, 유모세포(hair cell)의 손상 등 다양한 기전을 통해 청력 저하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김보경 교수는 "최근 난청 환자의 증가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수면박탈이 청력 저하를 유발하는 기전을 동물실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호 교수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수면 부족이 고혈압, 관상동맥 질환을 포함한 심혈관계 질환, 비만, 당뇨, 고지혈증, 사망 등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청력 저하 또한 수면 부족에 의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적정 수면시간에 맞게 충분히 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비인후과학 분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국제학술지 '국제 소아 이비인후과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Pediatric Otorhinolaryngology)' 최신판에 게재됐다.

[사진=Photographee.eu/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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