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침 부작용 응급 치료했다 의사 9억 원 피소

한 가정의학과 의사가 봉침 시술로 위급 상황에 놓인 한의원 환자를 도왔다가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이에 의사 단체가 한방 부작용에 대한 일체 무개입 원칙을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는 10일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한방 관련 기자 회견을 열고 '전근대적인 대한민국 의료의 정상화 선언'을 발표했다.

의사, 봉침 시술 쇼크 온 환자 도왔다가 '9억 원대 피소'

지난 5월 30대 초등학교 교사 ㄱ씨는 부천 모 한의원에서 봉침 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일으켰다. ㄱ씨의 상태가 나빠지자 당시 한의사 ㄴ씨는 같은 병원 건물의 가정의학과 의원 의사 ㄷ씨에게 심폐 소생술 등 응급 처치를 요청했다.

쇼크 상태에 빠진 ㄱ씨는 뇌사 상태에 빠져 다음 달(6월) 끝내 사망했다. 문제는 ㄱ씨의 유족들이 한의사 ㄴ씨에게 9억 원대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의사 ㄷ씨의 이름도 소장에 올린 것. 병원 CCTV를 확보한 유족들은 "응급 처치 요청을 받은 ㄷ씨가 에피네프린을 들고 가는 시간이 늦어 치료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ㄷ씨의 피소 소식에 "선의로 응급 상황에 나선 의료진의 의료 행위를 문제 삼으면 앞으로 어떤 의사가 응급 처치에 나설 수 있겠느냐"며 반발했다.

의협 "응급 의료법 개정 전까지 의사 개입 안 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기자 회견을 통해 "대한의사협회 소속 전국 모든 의사들은 한방 행위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한 상황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다"고 했다.

최대집 회장은 "한의사의 봉독 약침으로 응급 상황에 빠진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응급 치료를 시행한 의사에게 돌아온 것은 9억 원의 손해 배상 청구였다"라며 "의사의 선한 의지가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사에게 주어진 책무만을 강요할 수 없다"고 했다.

최대집 회장은 "ㄱ씨의 사망에도 한의학계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완하는 대책 한의사들이 쓸 수 없는 에피네프린 등 응급 주사제를 한의원에 비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고 했다. 최 회장은 "불법 의료 행위 도입을 주장하는 한의학계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는 복지부 역시 문제"라고 말했다.

의협은 관련 의료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이 같은 무개입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대집 회장은 "한방 응급 의료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응급 처치에 나선 의사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완전 면제해준다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대집 회장은 '모든 응급 상황에 무개입 원칙을 적용하면 국민들의 반감을 사지 않겠나'라는 질문에 "국민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응급 의료, 중환자, 암환자 치료에는 가장 기본적인 치료가 제공될 것"이라고 했다.

최대집 회장은 "다만 '관련 의료법 개정 전까지 의료 기관 밖 응급 의료 상황에 일체 무개입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라며 "향후 한의원에서 발생한 응급 의료 상황, 한방 부작용에 의사 회원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구체적인 실무 지침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진=KPG_Jsco/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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