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예민한 사람, 잠에도 민감 (연구)
시험기간 학생들은 밤을 새워가며 공부를 한다. 프로젝트 마감기한을 앞둔 직장인도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그런데 똑같이 잠이 부족해도 누군가는 멀쩡하고, 누군가는 힘들어한다.
술을 마셨을 때도 마찬가지다. 음주 다음날 쌩쌩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하루 종일 피로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수면 부족에 대한 민감성과 알코올에 대한 민감성은 서로 연관이 있다.
독일항공우주센터(German Aerospace Center)가 최신 연구를 통해 둘의 공통 메커니즘을 증명했다.
건강한 성인 49명이 이번 연구에 참여해 집중력 테스트를 받았다. 테스트는 총 4일간 진행됐는데, 첫째 날은 일상적인 상태, 둘째 날은 술을 마신 상태, 셋째 날은 약간의 수면 부족 상태, 넷째 날은 완벽한 수면 부족 상태에서 검사를 받았다.
실험참가자들의 집중력 테스트는 반응속도를 보는 PVT 검사를 활용했다. 스크린에 무작위로 등장하는 불빛에 반응해 최대한 빠른 속도로 버튼을 누르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3시간에 한 번씩 되풀이됐다.
음주 상태에서 실험을 한 날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최소 0.06%에 이를 때까지 보드카를 마신 다음 참여했다.
실험 결과, 일상적인 상태일 때보다 술을 마셨을 때 실험참가자들의 PVT 반응속도는 느려졌다. 하지만 사람마다 정도의 차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수면이 부족할 때 진행한 검사 결과와 비교했다. 그러자 수면 부족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음주 영향도 많이 받는 경향을 보였다. 알코올에 대한 민감성과 수면 부족에 대한 민감성이 서로 연관을 보인 것.
동물 모델과 세포 배양을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에 의하면 알코올과 수면 부족이 일으키는 반응의 유사성은 분자적인 수준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알코올과 수면 부족 모두 뇌에 있는 아데노신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아데노신은 에너지대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형성되는 분자로, 뇌에 축적된다. 아데노신은 아데노신 수용기와 결합하는데, 이때 졸음이 쏟아진다. 커피를 마시고나서 잠이 잘 안 오는 이유는 커피에 든 카페인이 아데노신 대신 수용기에 들러붙어 아데노신과 수용기의 결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잠이 부족해지면 더 많은 수용기가 세포 표면으로 나와 아데노신과 수용기의 결합이 늘어나게 된다. 비슷한 효과로 알코올 역시 아데노신의 농도를 증가시켜 졸음을 유도한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의 뇌를 양전자 방사 단층 촬영(PET)을 이용해 관찰하고, 알코올이 A1 아데노신 수용기(가장 흔한 아데노신 수용기)를 증가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
단 알코올과 수면 부족이 아데노신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차가 있었다. 이로 인해 잠이 부족하거나 술을 마셨을 때 개인마다 각기 다른 회복력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런 내용(Cognitive impairments by alcohol and sleep deprivation indicate trait characteristics and a potential role for adenosine A1 receptors)은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7월 16일 발표됐다.
[사진=fizkes/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