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제때 못 건넌다면? 노인 건강 적신호!
걷는 속도는 노인 건강의 지표로 알려져 있는데, 걸음걸이가 느린 노인이 사망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노인이 외국보다 보행 속도가 느렸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 장일영 전임의와 KAIST 정희원 연구원팀이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평창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1348명의 건강상태를 관찰했다. 보행 속도가 느린 노인의 사망률은 2.54배, 요양병원 입원율은 1.59배 높다고 확인됐다.
연구팀은 느려진 걸음걸이가 노인 건강의 적신호라고 설명했다. 사망과 요양병원 입원을 포함해 전반적인 건강 악화의 위험 또한 보행속도가 느린 노인에서 2.13배 높았다.
평소 보행속도는 노화 정도를 대변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정확한 지표다. 최근 노인들의 근감소증과 함께 노년 건강의 핵심 지표로 알려지며 노인에서 적절한 보행속도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보행속도에 따른 건강상태 변화를 관찰했다. 대상 노인 1348명(남자 602명, 여자 746명)의 평균 연령은 76세였다. 관찰 기간 동안 23명은 사망하고 93명은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연구팀은 "걸음이 느려진 노인에서 사망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건강악화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된 것"이라며 "한국 농촌 노인의 보행속도가 국제적인 기준에 비해서도 많이 느려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국내 농촌 노인의 보행속도가 외국 동일한 나이대보다 전반적으로 느리다는 점을 확인했다. 보통 근감소증이나 노화를 평가할 때 전체 노인의 보행속도를 기준으로 하위 4분의 1을 보행속도가 느리다고 본다. 이러한 '느린 보행속도'의 국제 기준은 1초당 0.8미터로 8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초록 신호 안에 겨우 건널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제 기준과 달리 이번 연구에서 평창군 남자 노인의 하위 4분의 1의 보행속도는 초당 0.663미터였고, 여자 노인들의 경우에는 초당 0.545미터에 그쳤다. '느린 보행속도'의 남자 노인은 8차선 도로를 건너는 중 신호가 바뀌고, 여자 노인은 4차선 도로를 다 건너지 못했는데 신호가 바뀌는 정도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걷는 속도가 외국에 비해 많게는 3분의 1 정도 느렸다.
이은주 교수는 "품위 유지를 위해 나이가 들수록 천천히 양반처럼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멀리하고, 평소에 꾸준히 걸으며 걸음 속도를 비슷한 연령대 친구들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빠르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노인의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임상노화연구(Clinical interventions in Aging)' 최신 호에 게재됐다.
[사진=Ljupco Smokovski/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