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조작 논란...편의점 상비약 확대는 어디로?
편의점 상비약 품목 조정이 또 다시 유보됐다. 대한약사회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약사회는 그동안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 상비약 품목 확대에 반대해왔다. 오남용 부작용 등으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특히 안전 상비약 품목 확대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 시민단체가 실시한 편의점 판매약 확대 설문 조사 결과 시민 대부분이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회, "소비자 편의점 상비약 확대 요구 없어"
대한약사회는 사회적 요구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2017년) 1월 리서치 전문 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설문 조사를 의뢰했다.
당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안전 상비 의약품 품목수에 대해 응답자의 66.9%는 '적정하다'고 답했으며, 16.6%는 '많다'고 응답했다.
전체적으로 현재의 품목 수가 많거나 적정하다고 보는 응답자 비중은 83.5% 수준을 보였으며, 반대로 적다는 비중은 16.5% 비율을 나타냈다.
이에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이번 설문 조사를 통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 상비 의약품 품목 수 확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의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일 약사회관에서 열렸던 기자 간담회에서 '편의점 상비약 확대를 요구하는 소비자 목소리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약사회는 "우리가 확인한 소비자 반응은 편의점 상비약 확대에 부정적이었다"며 "이는 앞서 수차례 있었던 설문 조사 결과(편의점 상비약 품목 수 적정)가 말해주고 있다"고 단호하게 반응했다.
소비자 설문조사 놓고 여론 조작 논란까지
약사회 주장과는 달리 현장에서 체감하는 소비자 반응은 달랐다. 편의점 상비약 확대 관련 기사에는 품목 확대에 반대하고 있는 약사회를 비난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고, 품목 확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 편의점 상비약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하는 의견도 다수였다.
약사회는 과거 설문 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반응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했지만 적어도 온라인 상에서만은 약사회가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 반응과는 딴판이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7일 전격 발표한 상비약 약국 외 판매 제도 시민 설문 조사 결과도 이를 증명했다.
경실련은 8월 1일~2일까지 시민 1745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 조사 결과 상비약 판매 품목 확대에 대해서는 '확대'가 86.8%(1515명)였으며, 현행 수준 유지는 9.9%(173명), 현행보다 축소는 1.7%(29명)로 나타났다. 또 편의점 등 상비약 약국 외 판매 확대해야 할 품목으로는 제산제(1011명), 지사제(1009명), 포비돈액(914명), 화상 연고(861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실련은 이번 설문 조사에 "여론 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정상적인 조사가 진행되던 중 2일 오후 3시 30분부터 6시까지 약 150분간 비슷한 응답을 하는 응답자 1780여명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이 발견됐다.
이와 관련 경실련 관계자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묻는 자유로운 공론장에 특정 답변을 하는 응답자가 같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조사에 참여하는 것은 여론을 왜곡할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여 설문 조사를 부득이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실련은 국민의 편의는 무시한 채 집단 이익을 위해 여론의 왜곡을 시도한 것으로 여겨지는 행위에 대해 업무 방해로 여겨 진위 여부를 밝히고자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약사회는 오히려 "사전 고지 없이 서둘러 설문 조사를 끝낸 경실련이 여론을 조작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약사회는 "앞서 고지도 없이 원래 정해졌던 시간보다 훨씬 서둘러 설문 조사를 마무리했다"며 "이번 설문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이미 정부 등에서 진행했던 설문 조사 결과가 있는 상황이고, 사전 예고했던 설문 조사 기간을 아무 이유없이 앞당겨 끝낸 조사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며 "설문 조사 이후에야 특정 세력의 조작이 있었다고 했지만 약사회가 그렇게 할 이유도 없고 오히려 서둘러 끝낸 조사를 경실련이 조작했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사진=RidvanArda/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