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잠재력, 공매도가 갉아먹는다

바이오 주식 기사에 공매도 얘기가 빠지면 섭섭할 정도로 바이오 상장 기업과 공매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그러다보니 업계 내부에서는 한국 바이오 산업의 미래가 공매도에 달려 있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온다.

공매도는 소유하지 않은 증권을 매도하는 행위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공매도는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다.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대차) 팔고서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주식을 갚고 시세 차익을 얻는 구조다.

예를 들면, 여기 외국인 주주가 있다. 그는 주당 10만 원 하는 바이오 주식을 가지고 있는 기관에게  주식 1주를 빌려 매도한다. 이후 주가가 주당 5만 원으로 하락하면 이때 한 주를 다시 사서 기관에게 한 주를 갚고도 5만 원의 이익을 보는 방식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 당국은 이런 공매도가 ▲ 주식 시장에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 ▲ 투자자 거래 비용 절감 ▲ 주가버블 형성 방지 등 주식 시장에서 순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선진국인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주식 시장 공매도 규모가 한국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유럽, 일본 등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외국인과 기관 등은 대형주 거래 비중이 높은 반면 개인 투자자는 대부분 중소형주 거래 비중이 높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의 '투자자별 거래 비중 현황'(2018년 1월~7월 기준) 자료를 보면, 개인 투자자는 중소형주가 대부분인 제약 바이오 업종(코스피 74.9%, 코스탁 81.8%)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외국인과 기관 중심의 대규모 공매도 사태는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개인 투자자의 피해를 불러일으킨다.

기본적으로 외국인과 기관 중심의 대규모 공매도는 기업 가치 하락을 불러온다. 공매도가 대규모로 이뤄지면 공포에 휩싸인 개인 투자자는 가장 먼저 주식을 매도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주가가 더욱 하락한다. 자본력이 뛰어난 외국인과 기관은 싼 값에 주식을 대량 매수해 시세 차익을 얻는다. 의도적인 시세 조종이 가능한 구조라는 주장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 비싸게 사서 마지못해 싼 값에 처분해 상당한 피해를 입게되는 개인 투자자에 대한 안전장치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제도(공매도 과열 종목을 지정 공개해 공매도 거래를 금지시키는 제도)가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제도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제도"라며 "이미 공매도가 과열됐다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주가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시장에 심어줘 개인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공매도 관련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개인 투자자는 물론 제약 바이오 업계 내부를 중심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공매도를 막아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바이오 기업 IR 담당자는 "현재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의도를 가진 공매도 세력이 활동하기 좋은 시장"이라며 "시장 질서를 의도적으로 교란하는 것을 막아 개인 투자자의 방패가 되어 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alexsl/gettyimagesbank]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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