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별한 자살 예방 강사입니다"

자살 예방 서비스 수혜자에서 서비스 주체로. 자살 유가족의 사회적 활동이 첫걸음을 내디뎠다.

27일 경희의료원에서 한국형 자살 예방 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 강의 시연이 열렸다. 자살 유가족 김혜정 씨가 강의를 진행했고,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와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보고 듣고 말하기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약 42만 명이 교육받고, 게이트키퍼 교육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프로그램이다. 교육을 받은 사람의 68%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접했을 때 게이트키퍼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하고, 관심을 가지며 정신건강센터를 연결하거나 소개하는 형식으로 자살 예방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김혜정 씨는 자살은 생각하고, 계획하고, 시도하는 단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계에서 자살 위험군을 알아채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죽고 싶어", "자살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등의 직접적 표현이 그 예이다. 김혜정 씨는 "우리나라는 '더워 죽겠다' 등 '죽는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쉽게 지나치기 쉽다"면서 "하지만 표현의 결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대응이 가능하다"고 관심을 부탁했다.

자살 위험군은 자살을 준비하는 행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유서를 작성하거나 주변을 정리하고 선물을 나눠주는 행동도 자살을 준비하는 행동 신호다. 자해 흔적이 보이기도 하며 갑자기 술을 많이 마시거나 우울증과 관련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유가족 강사 김혜정 씨는 "(남편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했지만, 병원에 가지 않았던 생각이 난다"고 실제 경험담을 덧붙이기도 했다.

오늘의 강의가 특별했던 것은 자살 유가족이 강사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김혜정 씨는 교육 내내 자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신호에 섬세하게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동영상이나 상황극을 통해 자살 위험군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방법과 신호를 알아차린 후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설명했다. 어떻게 듣고, 말을 건네야 하는지 예를 들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올해부터 자살 유가족의 보고 듣고 말하기 강사 양성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서 응원의 목소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살 유가족은 일반인보다 자살 위험이 8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강의하면서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감정조절이 되지 않으면 어떡해야 하느냐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자살 유가족이 강의하기까지 일정 기간 1대1 교육을 통해 자격 규정을 만들고, 면담도 함께 진행했다"며 "유가족의 자살 예방 활동은 그 자체로 치유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공군 최초의 자살 예방 교육 전문요원으로 1년에 300번 이상 강의를 진행한 권순정 씨를 성공적인 예로 들었다.

27일 자살 유가족의 첫 강의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현재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는 7명의 유가족 강사가 활동을 시작했다. 협회의 최종적인 목표는 이들이 권순정 씨처럼 전문요원으로 풀타임 강사로 활동하는 것이다. 김혜정 씨는 "앞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chainarong06/sh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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