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먹은 항생제, 몸속 좋은 세균에 치명적 (연구)
어렸을 때 먹은 항생제의 부작용이 성인이 되어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김희남 교수와 이효정 박사 연구팀이 현재까지 알려진 장내 미생물들의 유전체 서열들을 모두 분석해 장내 미생물과 항생제의 관계를 밝혔다. 항생제는 만성질환을 유발하며 어렸을 때 먹은 항생제라도 장내 유익균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항생제는 다른 미생물의 성장이나 생명을 막는 역할을 해,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데 필수적이다. 항생제의 발명은 반세기 이상 전 인류의 건강 증진뿐만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생제는 중요한 장내 유익균들도 함께 죽이는 큰 부작용이 있으며 이 부작용은 수년이 지나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장내 세균은 항생제에 노출되면 살아남기 위해 알라몬(alarmone)이라는 신호전달 물질을 만들어내는 긴축 반응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유익균보다 내성균이 과도하게 늘면서 장내 미생물 구성에 균형이 깨진다는 것이다.
이 항생제 내성균은 대부분 돌연변이를 갖고 있어서 항생제를 오랫동안 먹지 않더라도 장내에 유지되어 깨진 균형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이런 불균형의 장내 미생물은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최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나라다. 항생제 소비량은 OECD 평균 대비 2배를 웃돌고 있으며, 만 2살이 될 때까지 1인당 연평균 3.41건의 항생제를 처방받는 등 항생제 과다 처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희남 교수는 "항생제가 장 속에 깊은 상처는 오랫동안 잘 아물지 않는다"며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 연구를 통해 만성질환의 예방과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생물학의 트랜드(Trends in Microbiology)'에 게재됐다.
[사진=REDPIXEL.PL/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