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화장실 비누 써도 될까? (연구)
감기를 비롯한 각종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씻는 것이 기본. 그러나 비누가 더럽다면? 그래도 손을 씻어야 할까?
때로 공중화장실에서 만나게 되는, 오래되어 쩍쩍 갈라진 초록색 비누를 생각하면 꽤나 타당한 질문으로 보인다. 지저분한 비누를 만졌다가 손이 깨끗해지기는커녕 세균이 옮는 건 아닐까?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의학 박사 리처드 클라스코의 칼럼을 통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비누는 질병을 옮기는 통로가 아니라는 것.
답은 벌써 1965년의 실험을 통해 제시되었다. 그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손을 대장균, 포도상 구균 등의 병원균 50억 마리로 오염시킨 후에 손을 씻었다. 그리고 다음 사람에게 비누를 건넸다. 그 결과 병원균은 비누를 통해 전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접시에 둔 비누도 마찬가지였다.
이 결론은 1988년에 다시 한 번 확실해졌다. 연구진은 비누에 슈도모나스, 대장균 같은 병원균을 주입했다. 16명의 참가자가 오염된 비누로 손을 씻었다. 그러나 누구의 손에서도 유의미한 수치의 박테리아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비누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있다. 그중 비누에 박테리아가 존재한다는 보고는 여럿이지만, 비누가 감염의 원인이 된다는 논문은 나온 적이 없다. 오히려 질병 예방에 있어 비누의 효능을 강조하는 쪽이 대부분. 최근에는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이 에볼라 바이러스 같은 심각한 전염병에도 효력을 발휘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요즘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물비누도 결론은 마찬가지. 용기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비누까지 오염되는 사례도 나왔지만, 비누에 박테리아가 있느냐 없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비누에 감염 위험이 존재하는가 여부.
비누는 균을 옮기는 통로가 아니다. 그러므로 화장실에서 나오거든 손을 씻어라. 밥 먹기 전에도 마찬가지. 액체 비누든 고형 비누든, 그건 상관없다.
[사진= Alexander Raths/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