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 서비스 혁신, 5년 남았다"
대한의료정보학회가 의료 데이터 표준화와 관련해 정부, 학계, 기업에 쓴소리를 던졌다.
지난 1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열린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 기자 간담회에서 임효근 대한의료정보학회 조직위원장과 박래웅 대한의료정보학회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의료 서비스가 새 패러다임을 맞는 시기에 한국은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더딘 의료 데이터 표준화 작업이 주 원인으로 꼽혔다. 박래웅 이사장은 "한국은 전자 의료 정보 시스템(EMR)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표준화가 되지 않아 질적인 면에서 뒤쳐져 있다"며 "병원마다 한정된 데이터로만 서비스를 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효근 위원장도 "의사들이 이론적으로 데이터 표준화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리얼 월드(현장 연구)에선 통하지 않는다. 병원 입장에서도 매년 적자를 내면서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당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효근 위원장은 과거 PACS(의료 영상 저장 전송 시스템)의 사례를 들었다. 병원 데이터 전자화를 촉진했던 PACS가 빠르게 보급된 계기엔 'PACS 급여화'라는 정부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 임 위원장은 "의료 정보에 대해서도 과연 정부가 PACS 사례와 같은 인센티브를 줄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학계와 기업도 과거 폐쇄적인 연구 문화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했다. 임효근 위원장은 "각계 전문가들이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소통하지 않는다. 내 패를 감추고 남의 패만 보려 한다"며 "의료 데이터를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분야를 막론하고 적극적인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화하는 데이터'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춘계 학술 대회도 학술적인 성격에서 벗어나 의료계와 산업계 등 관련 전문가들이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 힘썼다. 박래웅 이사장은 "향후 5년이 의료 서비스가 혁신을 이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선 방향을 고민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