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예상되는 52시간, 제약 업계 고민은?

근무 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무제가 다음달부터 시행된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그동안 최장 68시간이던 노동 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는 것.

주52시간 근무제는 일과 가정 양립과 업무 생산성 향상이 목적이다. 하지만 여러 산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각종 부작용을 예상하고 있다. 산업마다 특수성이 있는데 이를 고려치 않은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제도라는 지적이다.

특히 제약 바이오 업계는 비상이다. 당장 300인 이상 직원이 근무하는 제약사 40곳이 주52시간 근무제를 적용받게 된다. 일선 제약사는 근로기준법에 맞는 근무 환경을 고민하면서도 대체적으로 회사 경영에 타격을 예상하고 있다.

의약품 생산 차질?

업계에서는 주52시간 근무제로 의약품 생산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판매량이 많은 의약품인 경우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 당연히 생산 공장 근무 시간도 비례한다.

그러다보니 주52시간 근무제에 맞춰 어떤식으로든 생산 환경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공장을 소유한 일부 제약사는 공장 생산 인력을 늘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의약품 생산의 경우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기본 3교대 근무라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일부 어려운 부분이 발생하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제약사는 "우리의 경우 당장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적용되지는 않지만 이를 위해 기존 공장 생산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며 "결국에는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 제약사에게 가장 중요한 연구 개발( R&D) 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제는 일차적으로 공장과 연구소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연구 시간이 소요되는 연구소의 경우 시간제로 근무 시간을 정하다 보면 연구 활동이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 개발과 관련해서는 다른 주장도 제기된다. 연구 개발 중심의 한 제약사 관계자는 "신약 연구 개발은 아무래도 제약사 내부보다는 병원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병원이 어떻게 되느냐를 봐야 한다"며 "임상 진행도 해외에서 많이 진행되기 때문에 주52시간 근무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업 직격탄?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을 놓고 업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 영업과 마케팅 부서다. 영업과 마케팅 직군은 근무 시간이 따로 없는 직업군 중 하나다. 일과 외 시간 근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야 일이 성사되는 특성상 영업직은 일과 외 시간에 이뤄지는 외부 행사(미팅, 학술 대회, 컨퍼런스 등)를 통해 관련 업계 사람을 만나는 일이 다반사다. 마케팅 부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주말에 이뤄지는 각종 행사에서 집중 마케팅을 진행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근무 시간 안에 일이 마무리될 수 없다.

고용노동부 '근로 시간 단축 가이드라인'은 업무 수행과 관련 있는 제3자를 근로 시간 외 접대하는 경우 사용자 지시 혹은 승인이 있다면 근로 시간으로 간주하고 있다.

전반적인 타격이 불가피 함에도 제약업계는 일단 변화를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한 바이오 제약사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인 문제"라며 "일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어떻게든 가이드라인을 맞춘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라고 말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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