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카드, 바이오 주식 시장 천지개벽?

최근 한국거래소가 일명 테슬라 상장이라 불리는 이익 미실현 상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익 미실현 상장 제도가 실현되면 바이오 벤처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규모가 작고 투자 유치에 목말라 있는 바이오 벤처에게 주식시장 상장은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거래소는 이런 바이오 벤처 등을 위해 기술 평가 특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실적이 없는 바이오 벤처가 가지고 있는 기술 가치 등을 평가해 상장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는 올해 바이오 벤처에 대한 주식 시장 문호를 더욱 넓히겠다고 바이오 벤처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기술 평가 특례 제도를 활용해 상장을 추진했던 다수 바이오 벤처가 낙마하면서 업계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바이오 산업에 맞는 새로운 평가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테슬라 상장 도입, 바이오 벤처 화색?

여론을 통해 바이오 벤처에 구시대적 단일한 상장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한국거래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이익 미실현 상장 도입을 시사했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이익 미실현 요건 상장에 바이오 기업도 포함된다는 유권 해석을 각 증권사에 통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상장이라 불리는 이익 미실현 요건 상장은 전문 평가 기관 등 외부 기술 평가를 받아야 하는 기술 상장 특례 제도에 비해 외부 기술 평가 없이 상장 심사 청구가 가능하다. 실적도 고려치 않는다.

바이오 벤처가 마음만 먹으면 기존 기술 상장 특례 제도보다 원활하게 주식 시장 상장이 가능하다. 당장 유전자 가위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을 개발 중인 툴젠이 이익 미실현 요건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툴젠뿐만 아니라 그동안 기술성 평가에서 떨어졌던 다수의 바이오 벤처가 이익 미실현 상장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 외면한 정책?

하지만 실적이 없는 바이오 벤처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는 현 상황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고민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과거 기술 상장 특례 제도를 통해 주식 시장에 입성했지만 현재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하거나 실적이 좋지 못한 바이오 기업 사례를 충분히 고민하고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업계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기술 상장 특례 제도를 통해 상장한 일부 바이오 기업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수차례 주권 매매 거래 정지 조치를 당하고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권 매매 거래 정지는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거래소가 유가증권 매매를 정지시키는 조치다.

경영권 분쟁 중인 경남제약은 2010년부터 주권 매매 거래 정지 조치를 당한 후 현재까지 5번이나 주권 매매 거래 정지를 당했다. 최근에는 한국거래소에 의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으로 지정, 올해 연말 즈음 상장 폐지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경남제약뿐만 아니라 차병원 그룹 계열사 차바이오텍은 연구개발(R&D) 비용 회계 처리 문제 여파로 관리 종목으로 지정됐고 주권 매매 거래 정지도 3회에 달한다. 또 다른 계열사 CMG제약도 총 5회 주권 매매 거래 정지 후 상장 폐지 실질 심사 대상에 지정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술 상장 특례 제도보다 개방적인 이익 미실현 요건 상장을 바이오 벤처에 적용할 경우 해당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바이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이익 미실현 상장은 상장 희망 바이오 벤처를 다 받아 주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실적하나 없고 개발 중인 신약이 실패했을 경우 투자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바이오 기업 관계자도 "바이오 산업과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보호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 요건을 완화시키는 것은 우려가 된다"며 "상장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기간에 제한을 둬 일정 기간 내 실적을 내지 못하면 퇴출 되는 등의 대처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동조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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