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박사' 배명진 탓에 "억울한 살인 누명"
'소리 박사', '소리 분석의 달인' 등 소리 분석의 일인자로 꼽히던 배명진 교수에게 'PD수첩'이 반기를 들었다.
문화방송(MBC) 'PD수첩'은 지난 22일 방송을 통해 배명진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교수의 소리 분석의 과학적 근거에 의혹을 제기했다.
배명진 교수는 과거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당시 딸 정유라 같다며 인터넷에 올라온 한 여성의 영상에 대해 "정유라 음성과 87~92% 일치한다. 본인 혹은 형제자매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는 전혀 관계없는 여성의 목소리가 정유라로 오인된 해프닝이었다.
'PD수첩'은 배명진 교수의 잘못된 분석으로 살인 누명을 쓸 뻔한 사례도 공개했다. 2012년 제주방어사령부 소속 김 모 하사의 죽음을 두고 배 교수는 119 신고자가 김 하사 선임의 음성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유가족은 배 교수의 분석을 믿고 선임에 의한 타살을 확신했지만, 두 달 뒤 진짜 119 신고자를 찾으면서 배 교수의 분석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PD수첩'은 "목소리 하나에 애꿎은 선임이 살인범으로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PD수첩'은 배명진 교수가 '성완종 녹취'를 분석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감정서를 입수했다. 당시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 전 총리가 배 교수에게 감정을 의뢰했고, 배 교수는 "성 회장의 목소리 진실성이 62.7%이며, 이 전 총리에게 돈을 지불했다는 성 회장의 발언은 신뢰할 수 없는 수준의 거짓말"이라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평소 음폭보다 해당 발언의 음폭이 더 낮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은 "음폭은 단순히 목소리가 낮아지는 것인데 이를 근거로 거짓말이라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고 믿을 수 없는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미국 거짓말탐지기협회는 홈페이지에 "목소리로 진실성을 판단하는 것은 신뢰도와 타당도가 결여된다"고 밝히고 있다. 김희송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 심리 과장은 "거짓말할 때 목소리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 받아들이기엔 신뢰도나 타당도가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배명진 교수는 그간 음성 간 유사성을 퍼센티지로 분석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배 교수는"아무리 성대모사나 변조를 하더라도 목소리로 그 사람인지 아닌지 분명히 밝힐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배 교수의 분석을 두고 다른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했다. 한 음성학자는 "배 교수의 독자적인 연구 결과인데,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고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음성학자는 "학자적 양심을 걸고는 잘 모른다는 답을 해야 정답이다"라고 말했다.
배명진 교수는 목소리가 개인적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목소리로 나이도 측정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봉원 나사렛대학교 언어치료학과 교수는 "난센스"라며 실소했다. 이 교수는 "목소리가 사람의 개인적 특성을 반영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어떤 경향성을 얘기하는 수준이지 구체적 사례에 대한 증거가 될 순 없다"고 말했다.
전옥엽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사도 "과학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사람들에게 헷갈리는 정보를 주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PD수첩'의 의혹 제기에 배명진 교수는 "25년 전문가를 'PD수첩'이 무시할 권한이 있는 것인가. 내 과학적 수준을 테스트하겠다는 것이냐"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배 교수는 "(현재) 어마어마한, 노벨상을 받을 만한 일도 하고 있다"며 연구에 자신감을 보였다.
[사진=MBC 'PD수첩'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