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사 면허 규제, 의사들도 동의할 것"

[인터뷰] 이율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선별적 의사 면허 규제 필요"

최근 의사 단체와 마찰을 빚은 의사 면허 규제 문제를 놓고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선별적 면허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는 4월 27일 국회에서 '의사의 형사 범죄와 면허 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 토론회를 열고 살인, 강간 등 일반 형사 범죄를 저지르고도 의사 면허를 유지할 수 있는 현행 의료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런 변호사 단체의 의사 면허 규제 공론화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4월 25일 "대한변협과 국회의 움직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전국의사총연합은 "변협 회관 앞에서 1000명 규모로 집회를 열겠다"며 집회 신고를 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반발에 변협 임원진은 먼저 의협 측에 방문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 임원진의 의협 회관 방문 후 11일 의협은 "의사 형사 처벌 때 면허 규제는 변협 공식 입장 아니다"라는 성명을 냈다. 의사 단체가 '변협의 공식 입장'을 대리 발표한 셈. 변협의 공식 입장을 놓고서 이율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와 나눈 질의응답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 '의사 형사 처벌 시 면허 규제는 변협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는 의사 단체의 성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의사의 모든 업무상 과실 치사에 일률적으로 면허를 규제하자는 강한 주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과실 정도의 형사 범죄에 대한 선별적 면허 규제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 가령, 의사가 환자를 성추행하는 중대 범죄가 일어났을 때 해당 의사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지 않겠나.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사들도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 의사 면허 규제를 공론화한 이번 국회 토론회는 변협 산하 인권위원회를 주축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변협 차원에서 1년 이상 예산, 연구를 지원했으며 이날 김현 변협 회장도 참석해 힘을 실었다. 향후 변협 내 의사 면허 규제 이슈는 어느 조직 차원의 활동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인권위원회가 변협 산하 조직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인권위원회의 입장이 무조건 변협 전체의 의견이라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 변협 임원단은 위원회가 올린 안건을 승인하지만 역으로 위원회가 어떻게 활동해야 한다고 개입하거나 지시할 수는 없다. 그만큼 개별 위원회의 활동에 독립성이 있다는 뜻이다. 인권위원회가 제출하는 의료법 개헌안 내용이 곧장 변협 전체의 의견이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 대한의사협회의 성명에 "대표적인 전문직 단체인 의협과 변협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긴밀히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는 내용이 있다. 의협과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것인가?

"'전문성 강화를 위한 양자 간 노력'은 선언적인 수준의 말이라고 생각한다. 역으로 대한의사협회에게 이러한 선언이 변호사와 의사 간 공통 사업 방향을 어떻게 기획하고서 나온 제안인지를 되묻고 싶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전문가 단체의 활동이 결과적으로 단체의 이익을 옹호하는 쪽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 단체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국민의 이익과 공공선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양자 간 문제 인식이 있어야 할 것인데, 변협과 의협이 어떤 현안을 공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국익을 위해 구체적인 공동 사업을 기획하고 봉사하자는 식의 논의를 들은 바는 없다."

- 환자단체연합회에서도 변협 임원진의 의협 방문이 적절치 못했다고 비판하며 의사 면허 규제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의 공식 입장 발표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별도로 준비하고 있는 내용이 있는지.

"현재로서는 따로 계획한 바가 없다. 개별 단체의 요청에 반드시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별 단체의 요구에 응하기보다는 의사 면허 규제 논의가 심화돼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한편, 박기범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위원은 "국회 토론회 후 변협 임원진과 인권위원회 간 공식적인 논의 과정은 없었다"고 전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는 토론회에서 받은 의견을 반영한 현행 의료법 개정안을 오는 6월 13일 지방선거 이후 남인순-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할 예정이다.

[사진=FussSergei/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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