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에겐 죄가 없다. 많이 먹는 게 문제

당은 우리 몸에 꼭 필요, 넘쳐도 부족해도 건강 해쳐

직장인 김지은(30) 씨는 요즘 점심식사 후 식곤증에 시달린다. 나른한 오후 4시, 졸음도 쫓고 당분도 보충할 겸 평소처럼 커피믹스와 초콜릿을 집어 들던 김 씨는 망설임 끝에 결국 내려놓고 말았다. '단 것은 살찌니까,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라는 생각에 블랙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설탕에겐 죄가 없다. 많이 먹는 게 문제


'달콤함'이 죄악이 된 사회

이 같은 모습은 최근 들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 취향과는 달리 믹스커피 대신 블랙커피, 일반 콜라 대신 다이어트 콜라를 선택하고 있다. 날씬한 몸매와 건강을 위해 단 음식을 먹지 않고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식사가 일종의 '자기 관리'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당류, 특히 설탕은 비만의 주범이며,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좋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최근 영국은 당분 함유량이 높은 음료에 최대 24펜스(한화 360원)를 부과하는 설탕세(sugar tax) 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태국(타이)도 지난해부터 청량음료 등에 설탕 함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고 있다. 필리핀 역시 올해부터 감미료가 든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등 당분 규제에 들어갔다. 우리 몸의 필수 영양소인 당이 이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셈이다.

그러나 무조건 당을 나쁜 영양소로 취급해 섭취를 중단하거나 대폭 줄이게 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당은 체내 에너지의 주요 공급원으로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성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뇌는 에너지원으로 포도당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당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몸이 지칠 때 당 함량이 높은 식품을 섭취하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이유다.

김용 박사(한국식품의료연구소장)는 "당은 무조건 신체에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만으로 장기간 당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면 뇌, 신경, 백혈구 등에 영구적인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며 "특히 두뇌 활동이 많은 학생이나 직장인들은 적정 수준의 당을 꾸준히 공급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해진 암 환자도 당분을 무조건 기피할 필요는 없다. 국립암센터는 암 환자의 당분 섭취와 관련해 "우리 몸에서 암세포보다 당분을 더 필요로 하는 기관은 뇌와 심장"이라며 "암 치료 가운데 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칼로리와 충분한 단백질 섭취이며, 암 환자라고 해서 음식 중 단 것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당류 섭취량은 외국과 비교할 때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가 201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일일 당류 평균 소비량은 126.4g이다. 독일은 102.9g, 영국은 93.2g이다. 우리나라는 61.4g으로 미국의 절반에도 미달하는 수치다.

좋은 당, 나쁜 당? 핵심은 과잉 섭취하지 않는 것

그렇다면 당을 현명하게 섭취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다당분 식품인 밥, 고구마, 감자, 과일 등에 함유된 당은 '좋은 당', 과자나 커피믹스, 빵, 음료 등에 함유돼 있는 첨가당(대표적으로 설탕)은 '나쁜 당'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몸에 좋은 당과 나쁜 당은 구분할 수 없으며 실제로는 체내에서 똑같이 취급되는 성분이다.

밥에 들어있는 당분이나 설탕 등 음식에 들어있는 당은 소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단당류로 분해돼 흡수된다. 천연 식품에서 얻은 당분이나 화학 과정을 거친 합성 당분을 가릴 것 없이 화학식이 같으면 몸속에서 대사되고 분해되는 과정은 동일하다.

전문가들은 당분과 비만의 관련성에 대해 설탕을 얼마나 섭취하는지 또는 어떤 종류의 당을 섭취하는지의 여부 보다는 과잉 섭취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설탕 역시 탄수화물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단 음식만을 무조건 기피하기 보다는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되 탄수화물 식단의 전반적인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잉 섭취하지 않는 이상 하루에 믹스커피 한두 잔, 소량의 초콜릿 정도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김용 박사는 "비만과 건강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경각심으로 인해 당류를 아예 끊거나 지나치게 멀리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두뇌 활동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면서 "평소 식품을 과잉 섭취 않는 균형 잡힌 식습관과 신체활동을 유지하면 적정량의 당분 섭취는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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