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반복되는 '갑질'

다국적 제약사, 반복되는 '갑질'

2018년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는 어디일까. 또 한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은 어디일까.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다국적 제약사라는 점이다. 기업 면면도 화려하다.

영국 국적의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으로 잘 알려진 GSK한국법인(사장 줄리엔 샘슨)은 최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주관 '2018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에서 외국계 제약 산업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제약사로 손꼽히는 존슨앤드존슨는 지난해 GPTW(Great Place To Work Institute)가 주관하는 '제16회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시상식'에서 상을 쓸었다. 박스터는 2012년부터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 친화 인증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그렇다면, 외국 국적의 다국적 제약사는 정말 착한 기업일까? 착한 기업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일부 다국적 제약사의 갑질 사태가 걸린다.

최근 대한약사회를 통해 흥미로운 자료가 나왔다. 재고약 반품 비협조 제약사 명단이었다. 10개 제약사가 나열됐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다국적 제약사였다. 보도 자료가 나가자 5개 기업은 즉각 약사회와 협의를 통해 재고약 반품 문제를 해결키로 했다. 하지만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한국머크 등 5개사는 지금까지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상태다. 약사회 측은 "국내 시장에서 돈벌이에만 급급하고 약국과의 상생은 회피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약사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처방 의약품은 제약사와 병원 의사가 협의해 결정한다. 약국에서는 약이 없으면 처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처방 의약품이 결정되면 약값을 바로바로 제약사에 지불하고 들여온다. 하지만 제약사와 의사가 처방 의약품을 변경하면 동일 성분, 동일 제형, 동일 함량의 약이라도 기존 약은 처방할 수 없어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다. 전문 의약품이라 임의 폐기도 불가능해 제약사가 반품을 받아주지 않을 경우 약사 개인이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 의지와는 상관없이 약 처방이 변경되고 이에 따른 재고약 반품 비협조는 다국적 제약사의 전형적인 갑질에 해당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국적 제약사의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갑질은 비단 재고약 반품 문제만이 아니다. 몇 달 전 한국 존슨앤드존슨 메디컬은 거래처인 대학병원 간호사들을 접대하고자 판매 대리점에 금품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방법도 다양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존슨앤드존슨 메디컬은 대리점주에게 이메일을 보내 병원 간호사 실내화 수백만 원어치를 사줄 것으로 강요했다. 또 간호사의 회식 비용도 요구했다. 심지어 해외 학술 대회에 참가한 대학 병원 간호사에게 전달한다며 대리점 법인 카드까지 요구해 수간호사 2명에게 직접 계좌로 수백 만 원을 보내도록 했다. 판매 대리점은 본사인 한국 존슨앤드존슨 메디칼과 매년 가맹 계약을 맺어야 하는 탓에 '을'로서 본사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2017년)에는 한국박스터가 직원을 상대로 이른바 '찍어내기 강제 퇴직'을 시도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었다.

직전 해 최고의 실적을 달성하고, 타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등 경영상 호재를 누렸음에도 박스터는 임산부가 포함된 특정 직원을 상대로 불법적인 강제 퇴직을 시도했다. 직원을 을로 상정한 갑의 횡포였다. 이 때문에 한국박스터는 노조 측과 극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특히 한국박스터는 2012년부터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가족 친화 인증 기업으로 선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다국적 제약사의 반복되는 갑질을 방지하기 위한 보건 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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