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커피가 원인? 식도암의 진실 4

뜨거운 커피가 원인? 식도암의 진실 4

직장인 A씨(남, 41세)는 요즘 커피도 식혀서 먹는 버릇이 생겼다. 뜨거운 음료를 자주 마시면 식도암이 생길 수 있다는 뉴스 때문이다. 매장에서 뜨거운 커피가 나오면 뜸을 들인 뒤 마시는 A씨는 '건강 염려증'에 갇힌 사람일까? 뜨거운 커피와 식도암의 관계를 꼼꼼히 따져 보자.

1.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보고서

A씨가 뜨거운 음료를 조심하는 것은 일단 식도암 예방에는 좋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최근 발암성 평가 보고서에서 뜨거운 음료를 마시는 것을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위험 요인 2A군(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으로 분류했다.

뜨거운 음료를 마시면 입안과 목구멍 등에 미세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입안이 자주 헐어 식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뜨거운 차를 즐겨 마시는 지역에서 식도암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남미에서 주로 즐겨 마시는 매우 뜨거운 음료인 마테(Mate) 차와 식도암 연관성이 대표적이다.

이는 마테 차의 성분 때문이 아니라 뜨거운 음료를 마시는 습관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평생 뜨거운 차를 마시다보니 늘 입안에 크고 작은 상처가 있어 식도암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뜨거운 음료나 음식을 먹을 때는 주의해야 하며, 지나치게 뜨거운 음식은 약간 식혀서 먹는 것이 좋다.

2. 문제는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하는 것

식도암은 식도에서 발생한 암으로 식도의 점막, 점막하층, 근육층 등에서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편평상피세포암이 전체 식도암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흡연과 술의 섭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술과 담배를 함께 하는 경우 상호작용으로 식도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음주와 흡연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는 사람은 둘 중 하나만 하는 사람에 비해 암 환자가 될 확률이 더욱 커지게 된다. 이 때문인지 남녀 식도암 환자의 국내 성비는 13대 1이나 된다.

독한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에서 담배를 즐기는 A씨는 식도암 뿐 아니라 구강암, 인후두암, 간암, 위암 등의 발생 위험도 높다. A씨는 뜨거운 커피를 조심하는 것보다 금연, 절주부터 해야 한다.

3. 음식을 삼키기 어렵다면

식도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식도는 음식이 지나가는 통로이므로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삼킬 때 발생하는 통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식도는 잘 늘어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작은 식도암의 경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 있다. 환자가 증상을 느끼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이고 건강 검진 때의 내시경 등의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식도암이 진행되면 식도내강이 좁아져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곤란 증상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고기나 깍두기 같은 고형음식에서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죽이나 미음, 물을 삼키기도 어렵게 된다. 크기가 큰 음식을 먹을 때 걸리는 느낌이 나거나 앞가슴이나 등 쪽에 통증을 느낄 수도 있다.


4. 비타민이 부족하지 않은 식사 중요

식도암은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즐기면서 동물성 단백질, 비타민 등이 부족한 식생활을 하는 사람들에서 많이 발생한다. 채소와 과일을 멀리 해 비타민 A, C, E, 나이아신 등이 모자라도 식도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불에 탄 음식에 들어 있는 니트로사민과 같은 발암물질도 식도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분이나 비타민이 부족해 구강이나 인두, 식도의 점막에 위축이 오는 플러머 빈슨 증후군에 걸려도 식도암 위험이 높다.

김용희 서울아산병원 교수(흉부외과)은 "식도는 기관지와 심장, 척추 사이 등 신체의 중요 부위에 위치해 있어 일단 암이 발생하면 치료가 힘들어 사망률이 높은 암"이라며 "평소 균형 있는 식습관과 절제된 생활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식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도암의 위험인자부터 없애야 한다. 우선 담배를 끊고 술도 절제해야 한다. 가공된 햄이나 소시지 같은 질산염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 위식도역류 질환으로 진단 받았다면 치료 후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면 식도암 예방 및 조기 발견에 큰 도움이 된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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