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췌장암, 가장 큰 위험 요인?
직장인 B씨(46세)는 최근 지속적인 복통과 함께 체중 감소 증상을 겪어 왔다. 급기야 눈이 노랗게 되는 황달까지 생기자 병원을 찾았다가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B씨와 가족은 절망감에 빠져 있다. 췌장암은 예후가 안 좋은 암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1. 조기 발견 어렵고 암 진행도 빨라
췌장에 생긴 암인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무척 어렵다. 몸속 깊은 곳에 있는 췌장의 암은 발생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찍 발견하는 게 힘들다. 각종 암의 조기 발견에 도움을 주는 혈액 검사도 여러 문제 때문에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췌장암 증상이 있더라도 복부 초음파의 경우 췌장 전체를 보기가 어려워 진단율이 많이 떨어진다. 일단 암이 발생하면 진행이 빨라 환자의 80% 이상이 1년 이내에, 95% 이상이 5년 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암이다.
주광로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주로 췌장암 진료를 담당하는데, 환자는 대개 진단 당시 나이가 65세 이상이고 수술이 불가능해 항암 약물 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2. 등까지 아픈 복통, 체중 감소, 황달에 주목해야
췌장은 길이 약 15㎝의 가늘고 긴 장기로 위의 뒤에 위치해 십이지장과 연결되어 있다. 췌장은 머리, 몸통, 꼬리 세 부분으로 구분하는데, 십이지장과 가까운 부분이 머리이고 중간이 몸통, 가장 가느다란 부분이 꼬리다.
췌장암의 증상은 종양의 위치와 크기, 다른 장기로의 전이 정도에 따라 다르다. 복통과 소화 장애, 전신 쇠약감, 체중 감소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복부 통증은 뻐근하고 간혹 등까지 아프기도 한다.
가슴 앞쪽 한가운데 오목하게 들어간 곳에 있는 명치의 통증이 가장 흔하나 좌우상하 복부 어느 곳에든 올 수 있다. 췌장은 등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흔히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데, 요통이 왔을 때는 병이 이미 꽤 진행된 경우가 많다.
복부의 통증은 췌장 주위로 암이 침윤했다는 신호일 때가 많아 통증 없는 상태에서 병원에 오는 환자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침윤(infiltration)이란 암세포가 인접한 조직에 파고드는 것을 말한다.
췌장의 머리 부위에 생긴 암의 경우 종양이 담즙의 흐름을 방해해 황달이 생긴다. 눈의 흰자위와 피부 색깔이 노랗게 변하고 피부가 가렵다. 소변 색깔이 진한 갈색이나 붉은색이 되는데, 황달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소변 색의 이상을 먼저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대변의 색도 흰색이나 회색으로 변한다.
황달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황달과 함께 열이 나면 막힌 담도에 염증이 발생했다는 신호로, 막힌 부분을 신속히 뚫어 주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3. 가장 중요한 췌장암 위험 요인은 흡연
췌장암 발생과 가장 관련이 깊은 발암 물질은 담배다. 흡연을 하면 췌장암의 상대 위험도가 2~5배로 증가한다. 담배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중요한 췌장암 위험 인자다. 췌장암의 3분의 1가량이 흡연으로 인한 것이며, 금연 시작 후 10년 이상이 지나야 췌장암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만큼 낮아진다. 다른 장기에 흡연과 관련된 악성 종양(두경부암, 폐암, 방광암 등)이 생겼을 경우에도 췌장암의 발생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췌장암 예방을 위해 평소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을 피하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췌장암 발생과 연관성이 있다고 알려진 당뇨병이나 만성 췌장염을 지닌 사람은 치료를 서둘러 위험 요소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당뇨병을 장기간 앓고 있는 사람과 가족력 없이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일단 췌장암 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췌장암의 경우 가족력도 상대적으로 높다. 직계 가족 가운데 50세 이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한 명 이상 있거나, 발병한 나이와 상관없이 직계 가족 가운데 췌장암 환자가 둘 이상 있다면 가족성 췌장암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이 사람들은 건강 관리에 조심하고 주치의를 정해 증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좋다.
[사진=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