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꺼진 네이처셀, 또 '라정찬'?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A사. A사는 줄기세포 치료제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A사 주가는 요동을 쳤다.
2017년 3월 20일 4565원이던 주가는 9개월이 지난 2018년 1월 22일 약 8배가 넘게 상승한 3만2500원을 기록했다. A사가 개발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가 이유였다. 수술 없이 주사로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져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2017년 5월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을 통해 A사 자가 지방 줄기세포 배양 기술을 이용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 스토리가 방송됐다. 8월에는 A사가 개발 중인 줄기세포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의 안전성과 효과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위원장과 황우석 박사 등의 축하 영상이 등장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A사 주가는 2018년 3월 16일 최고조에 다다랐다. 이날 주가는 6만2200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4배 상승폭을 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 치료제의 조건부 품목 허가를 신청한 것과 관련해서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심의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 소식은 A사 회장이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조건부 품목 허가는 2상 임상 자료를 심사 후 우선 허가하는 제도다. 단, 허가 후 3상 임상 자료, 사용 성적 조사 자료 및 안전 사용 조치 등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던 A사 주가는 지난 19일 식약처가 조건부 품목 허가를 불허하면서 곤두박질쳤다. 이날 하루만 무려 1만8600원이 하락하며 4만36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네이처셀 이야기다.
"조인트스템 효과 없다"
네이처셀은 그동안 조인트스템 임상 시험 결과를 놓고 "안전성 확보는 물론 통증과 관절 기능 개선 효과가 2년 동안 지속됐다", "MRI 결과도 좋은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처 조건부 품목 허가 심사도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조인트스템의 조건부 품목 허가 심사를 담당했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 의견은 정반대였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약심위는 조인트스템이 유의미한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약심위는 ▲적은 임상 환자 수 ▲대조군 미비 ▲질병 진행 환자가 많은 점 등을 이유로 품목 허가 반려 처분을 내렸다.
약심위에 참석했던 ㄱ위원은 "시험군 환자가 13명인데 이 정도로 허가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골관절염은 희귀한 질환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너무 적은) 시험 대상자수 선정은 타당하지 않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업계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퇴행성 관절염은 희귀 질환이 아니라서 환자 모집에 어려움이 없는 편"이라며 "13명이라는 숫자는 적은 것이 사실"이라고 동의했다. 실제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한 한 제약사는 임상 2상 시험에서만 50여 명의 환자를 모집했다.
더욱 도드라지는 부분은 효과성 부분이다. 임상 시험 표본수가 적을 경우 MRI 결과를 통해 치료의 질을 입증한다. 조인트스템은 이 부분에서 효과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네이처셀이 제출한 MRI 결과에 따르면, 증상 개선(Improvement)이 46.15%, 질병 진행(progress)이 53.85%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약심위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이런 결과를 두고 임상 성공이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또 다른 위원은 "질병 진행 환자가 53.85%라고 돼 있는데 이게 맞는 것인지. 혹시 변화 없음을 표시한 건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악화된 환자가 더 많은 것인데 이를 성공이라고 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치료 효과가 50%라고 가정했을 경우 희귀 질환 의약품일 때는 의미 있는 효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희귀 질환이 아닌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적어도 70%가 넘어야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약심위 참석 위원은 조인트스템에 대해 "임상 시험 대상자 수도 모자라고 효과도 없다"고 결론지었다.
네이처셀, "임상 실패 아냐"
네이처셀은 약심위의 이런 지적에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네이처셀은 "조인트스템의 임상이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며 "약심위 의견이 규제 완화의 입법 취지(조건부 품목 허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효과가 없다는 약심위 지적에 좋은 효과가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네이처셀 라정찬 회장은 "한국과 미국에서 세 차례에 걸쳐 5개 병원 임상 결과 모두 일관적인 경향으로 좋은 효과가 확인됐다"며 "1차 효과 지표에서 90% 환자가 치료 성공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라정찬 회장은 "조인트스템 투여 6개월 후 MRI로는 46.15% 환자 연골이 재생됐고, 1년 뒤에는 60% 이상 환자의 연골이 재생되는 매우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는 중증 퇴행성 관절염의 근본적인 구조적 개선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이처셀 측은 다음 주 중 식약처 실무 부서와 회의를 거치고 나서, 이의 신청 절차 등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명에도 '반신반의'
라정찬 회장의 직접 해명에도 불구하고 네이처셀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은 상당하다. 비슷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처셀의 자회사 알바이오는 지난해 줄기세포 버거병 치료제 '바스코스템'의 희귀 의약품 지정을 놓고 식약처와 비슷한 논란을 이어간 적이 있다.
당시 알바이오는 '바스코스템' 희귀 의약품 지정을 위한 조건부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임상 자료가 미흡하다며 자료 보완을 지시했다. 알바이오는 "임상 시험에서 효능을 확인했다"며 식약처 지시를 거부했다. 때문에 희귀 의약품 지정을 놓고 이례적으로 토론회까지 열린 바 있다.
논란의 사례는 8년 전에도 있었다. 알바이오의 전신 알앤엘바이오는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일본 및 중국에서 수천 명에게 투여했다는 주장이 국정 감사에서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알앤엘바이오는 해외 시술을 이유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식약처는 무허가 의약품 제조로 보고 업무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개된 임상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네이처셀의 임상 시험을 놓고서 식약처가 성의가 없거나 기본이 안됐다고 평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인트스템에 대한 임상 시험 설계를 다시 해야 했다"며 "식약처에 이의 신청을 해도 식약처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