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밟으면 발밑에서 개구리 울음!!
음력 섣달 스무날. 입춘(立春·4일)이 지났건만,세상은 여전히 한낮에도 칼바람 쌩쌩 부는 빙하기. 호남 제주 큰 눈 소식. 봄처녀는 도대체 어디쯤 오고 계시는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눈을 밟으면 발밑에서 개구리울음소리. 실눈 살짝 뜬 지리산동굴 반달곰. 녹작지근한 몸 슬슬 풀어보는 땅속 두꺼비. 뚜두둑! 손가락마디 푸는 동굴천장 황금박쥐. 늘어지게 하품하며 두리번대는 나무등걸 다람쥐. 또르륵~ 똑! 똑!오대산 상원사대웅전 처마고드름 물 떨어지는 소리. 우! 우! 우! 돋는 논두렁밭두렁 쑥 냉이 달래 연두 새싹들.
구렁이마냥 목에 칭칭 감기고, 동아줄처럼 치렁치렁 늘어졌던, 동지섣달 긴긴 밤이 시나브로 고드름 녹듯 슬금슬금 짧아진다. 얼부푼 산비탈 황토흙도 한낮 햇볕에 버슬버슬 바스러져, 그 틈새로 눈석임물이 글썽해진다. 남도 들녘 논두렁 위로 하롱하롱 올라가는 아지랑이.
꽝꽝 얼어붙은 인제 소양강 빙어(氷魚). 얼음장아래 요리저리 떼 지어 다니는 은빛 물결.맑고 차가운 물에서만 노는 ‘얼음고기’. 가늘고 날씬한 ‘호수의 요정’. 몸속이 훤히 들여다보여 ‘공어(空魚)’라고도 불린다. 겨울엔 먹이를 잘 먹지 않아, 몸이 더욱 투명하고, 서늘한 푸른빛조차 감돈다.
하지만 슬슬 봄기운이 감돌면 빙어도 ‘솟증(素症·채소가 아닌 고기가 몹시 먹고 싶은 증세)’이 불같이 일어나 도리질을 친다. 그래서 강태공들의 빙어 얼음낚시 미끼는 구더기. 은근슬쩍 부드럽게 챔질을 해야 한다. 겨울빙어를 회로 먹으면, 향긋한 오이냄새 봄냄새가 입 안 가득 밀물처럼 밀려온다.
산 그리는 사람은 있어도/하늘 그리는 사람은 없다/그래도 하늘은/산 위에 그려져 있다 -<이상문 ‘그래도 하늘은 있다’에서>
그렇다. 천지는 없는 듯하지만, 한 치도 어김없이 돌아간다. 바다냄새 물씬 남쪽바람…. 도다리쑥국과 함께 봄이 도둑처럼 오고 있다.
[사진= 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