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감독, 밤새 내 목은 안녕하신가?
한 마리 사자가 이끄는 100마리의 사슴군대가,
한 마리 사슴이 이끄는 100마리의 사자군대보다 훨씬 더 용맹하다.
‘베트남의 히딩크’ 박항서 감독(1959∼)을 두고 하는 말이다. 똑같은 선수들을 가지고 그 이전 감독들은 죽을 쒔는데, 박 감독은 어떻게 그 선수들로 베트남의 축구역사를 새로 쓰고 있을까. 비록 23세 이하 대회(AFC U-23챔피언십)이지만, 동남아국가 가운데 아시아축구무대에서 4강은 물론 결승까지 진출한 것은 베트남이 사상 처음.
스포츠 감독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마찬가지. 감독은 맨 땅에 헤딩을 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한다. 아니면 언제 목이 뎅강 날아갈지 알 수 없다. 감독이 한 팀을 맡게 되면 당장 ‘팀 빌딩(Team Building)’에 들어간다. 이른바 ‘팀 구조조정’ 즉 ‘팀 혁신’이다. 당연히 감독의 손에는 ‘수술용 칼’이 들려있다. 하지만 칼을 쓰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감독이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 감독은 어떻게 팀을 이끌어갈 것인가? 그것을 선수들이 알기 쉽게, 단순명쾌하게 ‘콕 집어’ 말해야 한다. 복잡하거나 추상적이면 하나마나. 박근혜 식 ‘창조경제’나 ‘유체이탈 화법’처럼, 감독의 비전이 막연하거나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술하면 선수들과 그것을 공유할 수 없다.
선수 중엔 끝내 감독의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끝내 설득이 안 될 땐 트레이드나 2군 젊은 선수들의 발탁 등으로 팀 빌딩을 이룰 수밖에 없다. 새 감독이 부임해서 그의 스타일을 선수들에게 익히게 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맡을 팀에 대해 주도면밀한 분석을 해야 한다. 무엇이 강점이고 무엇이 약점인지, 계약기간(보통 2년) 동안 어느 정도까지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팀 분석이 끝나면 바로 참모진 구성에 들어간다. 감독의 뜻을 받들어 그것을 선수들에게 충실히 전달하고 가르칠 참모 즉 ‘보스를 돋보이게 하는 2인자’가 필요하다. 2002월드컵 때 한국대표팀의 핌 베어백 수석코치(전 한국대표팀 감독)가 그 좋은 예. 큰 밑그림과 플랜은 히딩크의 머리에서 나왔지만, 세부적인 훈련계획을 짜고 선수들의 몸 상태를 그 때 그때 체크하는 등 ‘히딩크 플랜’을 수행하는 손과 발의 역할은 핌 베어벡 수석코치가 도맡아 했다. 당시 한국의 탄탄한 수비력도 베어벡의 작품. 현재 박항서 체제의 베트남축구팀에선 이영진코치(1963∼)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경영도사’로 불렸던 잭 웰치가 GE에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11만 2000명의 목을 자르는 것이었다. 1982년 뉴스위크는 이런 잭 웰치를 빗대 ‘건물들은 멀쩡한데 사람들만 조용히 죽이는 중성자탄’이라고 비아냥댔다. 1984년 포춘도 잭 웰치를 ‘미국에서 가장 무자비한 10명의 경영자중 1위에 선정’했다. 그렇다. 팀 빌딩은 ‘피도 눈물도 없는 중성자탄’ 같은 것. 제 살 깎는 고통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스포츠 우승감독은 그런 피눈물 나는 팀 빌딩에서 성공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을 보면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