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성격 장애, 안정된 관계 필요

경계선 성격 장애, 안정된 관계 필요

경계선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정신병(정신증.psychosis)과 신경증(neurosis)에 대한 구분부터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전부터 전문가들은 정신 장애를 이 두 가지로 구분했다.

단순하게는 증상이 심할 경우 정신병, 증상이 비교적 가벼우면 신경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현실 검증 능력’의 유무가 정신병과 신경증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현실 검증 능력이란 다른 말로 현실 판단력 내지 현실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순간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내적 현실)이 들 때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만약 상담자가 ‘당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으니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자’라고 제안했을 때 동의하고 실제로 주변 사람들과 대화해보는 사람도 있고, ‘그럴 필요 없다. 어차피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것이다. 무조건 내 생각이 사실이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의 경우를 현실 검증 능력이 있는 사람, 후자를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제 아무리 마음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현실 검증 능력이 있으면 신경증으로 구분한다.

신경증은 약물치료뿐 아니라 상담치료도 가능해서 정신병보다는 회복의 가능성이 꽤 높다. 이와 관련해 한국건강관리협회 자료를 토대로 경계선 성격 장애에 대해 알아본다.

◇경계선은 무엇?

경계선은 정신병과 신경증의 경계를 의미한다. 때에 따라서는 현실 검증 능력이 있는 것(신경증)같기도 하지만, 어떨 때에는 현실 검증 능력이 무너진 것(정신병)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실 검증력이 있으면 상담 치료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현실과 비교하면서 잘못된 것이나 왜곡된 부분들을 수정할 수 있지만, 없을 경우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혀서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

경계선 성격 장애는 종종 이런 특징을 보인다. 경계선 성격 장애의 또 다른 특징은 자신이 누구인지,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대해 자주 혼란을 느낀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모든 것, 심지어 자신도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불안이나 분노를 경험하면 순간 주체하지 못하고 폭발하거나 자살이나 자해 시도를 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등 생각과 감정, 행동 등 모든 것이 무너지기도 한다.


◇안정된 관계 속에서 치유 가능

경계선 성격 장애의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심리적으로는 ‘유기(버림받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많은 경우 어린 시절 부모나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학대를 당했거나 버림을 받은 경험이 있다. 혹은 실제로 버림받지는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았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가까운 사람에게서 유기나 거부를 암시하는 작고 사소한 단서(말투, 표정, 태도, 어휘 등)에도 극적으로 반응하게 돼 현실 검증 능력이 무너지는 상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계선 성격 장애의 치료를 위해 필요한 것은 안정된 관계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에게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경계선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무리 화를 내도, 또 끊임없이 ‘너도 나를 버릴거야’라면서 의심하더라도 그것을 견디면서 함께 있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운이 좋다면 이렇게 해주는 연인이나 친구를 만나기도 하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으로부터 안정감을 얻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경계선 성격 장애인 경우는 상대방에게 안정감을 끊임없이 요구하지만 정작 자신은 안정감을 주지 않거나 줄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일이 어렵다. 이런 면 때문에 경계선 성격 장애의 치료를 위해서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 같은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전문가와 마주 앉아 오랜 시간 상담을 받으면서 안정된 관계를 경험하고 그 관계를 구축, 유지하기 위해서 생각과 감정, 행동을 점검하고 수정할 시간이 필요하다. 비록 시간도 오래 걸리고 치료의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분명히 나아질 수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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