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흡연 경고 문구라니...
중절모에 나비넥타이, 그리고 타들어가는 담배는 영국의 전설적 총리 윈스턴 처칠의 트레이드 마크다.
최근 영국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처칠의 전기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이 말미에 삽입한 흡연 경고문구 탓에 역사학자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고 일간지 텔레그라프가 보도했다.
‘어둠의 시간’의 역사적 배경은 처칠이 총리가 된 1940년. 나치 독일군이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를 돌파하고 프랑스마저 점령한 시기다. 영국만 외톨이로 남았고, 처칠은 나치와 평화협정을 맺어야 하는 지, 싸워야 하는 지를 두고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하는 시점.
개리 올드먼이 연기하는 처칠은 영화 내내 담배를 피워댄다. 특히 영화 오프닝에서 5개월 된 아기 앞에서도 담배를 질겅이며 연기를 뿜는 모습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
결국 제작자들은 여론의 반발을 우려, 영화 말미에 다음과 같은 흡연 경고문을 삽입했다.
“이 영화의 흡연 장면은 순전히 예술적 고려에 의해서 묘사된 것으로 담배의 소비를 증진시키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의사들은 담배를 직접 피우는 것은 물론, 간접흡연 역시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역사학자들은 이 문구를 비난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메어리 베어드 교수는 “그 문구 때문에 오히려 흡연 욕구가 생긴다”고 꼬집었다. 같은 대학의 리처드 에반스 교수는 “이 영화 때문에 사람들이 담배 가게로 달려갈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전기 작가 휴고 빅커스는 “경고 문구에 한 문장을 추가했어야 했다”며 “윈스턴 처칠 경은 그러고도 90살까지 살았다”고 비꼬았다.
영화를 만든 유니버설 픽쳐스는 경고 문구와 관련,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텔레그라프는 전했다.
[사진= marcin jucha/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