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쇼걸 취급 성심병원, 정치자금법도 위반?
끊임없이 발생하는 병원 내 전공의 폭행으로 '갑질' 논란이 한창인 대학 병원. 이번에는 간호사를 상대로 도가 넘는 갑질을 해왔다는 의혹이 불거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 대학 병원이 간호사에게 강제로 야한 옷을 입게 하고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한 사실이 드러난 것. 뿐만 아니라 시간외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가 하면 특정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상태다.
간호사가 쇼걸?
최근 한 시민단체는 일송재단 성심병원 소속 간호사들이 매년 한 차례씩 개최하는 재단 체육대회에서 핫팬츠나 배꼽이 드러나는 옷 등 지나치게 야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노무사, 변호사, 시민단체 등으로 이루어진 '직장 갑질 119'는 이런 사실을 폭로하고 병원 측이 간호사에게 야한 옷을 입고 섹시한 표정을 지으라거나, 선정적인 춤을 추라는 등 구체적인 강요를 했다고 설명했다.
간호사들은 이에 극심한 수치심을 느꼈다. 실제로 직장 갑질 119에 제보한 한 간호사는 "짧은 바지를 입고 장식을 한다며 상의 가슴 쪽을 가위로 잘라 파이게 한 옷을 입었다"며 "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모여 있는 한 사회 연결망(SNS) 페이지에서도 "체육 대회 때 진행되는 장기 자랑에 참여하는 간호사는 짧은 치마와 나시를 입고 춤을 춘다"며 "대부분 신입 간호사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싫다는 표현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간호사는 환자와 보호자가 보는 앞에서 바닥에 누워 다리를 벌리는 동작을 취해야 했으며 수치심에 하기 싫어 울음 터뜨린 간호사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들은 춤 연습을 위해 퇴근 후에도 의무적으로 연습을 해야 했지만, 정작 병원 측은 시간외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간호사협회는 "최근 선정적인 옷차림을 한 간호사들의 장기 자랑에 전국 38만 간호사들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원치 않는 병원 장기 자랑 행사에 간호사가 강제로 동원되고 선정적인 옷차림까지 강요받은 것은 간호사의 소명 의식과 자긍심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중대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 후원 강요까지
성심병원은 간호사에게 특정 정치인의 후원도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12일 JTBC는 춘천성심병원이 간호사에게 지역구 의원인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에게 후원금을 낼 것을 강요하는 정황이 담긴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메시지에는 "작년처럼 김진태 의원 후원금 10만 원 부탁해"라는 문구와 "연말에 연말정산 영수증으로 10만 원 돌려받고"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성심병원의 한 간호사는 "김진태 의원을 대부분 지지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내는 경우가 있다"며 "부서에서 3~4명 정도 하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 수간호사 A씨는 일부 동료 간호사들에게 김진태 의원실에서 작성된 후원금 안내문을 메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강원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춘천성심병원 수간호사 A씨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서면 경고했다. 현재 정치자금법에서는 후원금을 알선해서는 안 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은 최근 국정 감사에서 200억 원대 임금 체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고용노동부가 한림대 소속 모든 병원의 임금 체불 조사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