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의 '꿈', CJ는 접었다
급작스럽게 터져 나온 CJ헬스케어의 매각설에 제약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CJ헬스케어가 조만간 IPO(기업 공개)를 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업계 내부에 팽배했었기 때문이다.
불과 두 달 전만해도 CJ헬스케어는 자사가 개발 중인 2세대 EPO 바이오시밀러 'CJ-40001'을 일본 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과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바이오시밀러 전문 회사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뿐만 아니라 8월에는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 신약 테고프라잔의 국내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하며 신약 출시 준비에 나선 바 있고, 관절염 치료제 시장을 노린 자가 면역 염증 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CJ헬스케어 매각설이 터져 나왔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직원에게 매각 관련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6일 주요 투자자에게 투자 설명서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이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해 제약 사업을 시작 한 지 33년 만의 일이다. 사실상 CJ그룹이 제약 산업에서 중도하차를 선언한 셈.
최소 1조 원, 매각 경쟁 치열?
매물로 나온 CJ헬스케어의 가치는 최소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2조 원에 육박할 수도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당장 CJ헬스케어를 둘러싼 인수 후보 기업의 이니셜이 다수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조 원이 이르는 CJ헬스케어를 인수할 만한 여력이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는 반응이다.
앞서 서정진 회장이 제약사 인수합병을 언급했던 것과 맞물려 셀트리온과 한 언론을 통해 국내 제약사 S사가 언급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시밀러로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올라선 셀트리온이지만 당장 1조 원의 현금이 필요한 CJ헬스케어 인수는 무리라는 의견이 대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도 바이오시밀러와 혁신 신약 개발을 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있기 때문에 인수 시 시너지가 적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CJ헬스케어를 인수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4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휴젤도 CJ헬스케어를 인수할 여력이 있는 기업으로 평가되지만 보툴리눔 톡신 등 특화된 사업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휴젤이 블록버스터 신약 하나 없는 CJ헬스케어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증권 업계에서는 글로벌 사모펀드가 CJ헬스케어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CJ그룹이 CJ헬스케어 매각을 공식화 하기 전 이미 인수 후보자를 물색하고 복수의 사모펀드와 수의 계약 형태로 거래를 진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도하차, 이유는?
33년간 제약 산업에 몰두했던 CJ헬스케어는 왜 매물로 나왔을까. CJ헬스케어의 지주 회사 CJ제일제당이 식품 등 주력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CJ헬스케어 매각에 나선 것이다.
이는 제약 바이오 사업을 확대 주력하는 다른 대기업과는 다른 행보다. SK그룹은 신성장 동력으로 바이오를 꼽으며 기업 분할을 통해 SK바이오팜, SK바이오텍 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태원 회장 장녀 최윤정 씨가 SK바이오팜에 입사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또 LG그룹은 올해 초 기존 제약 사업을 담당했던 LG생명과학을 LG화학에 흡수 합병시키며 바이오 분야를 집중 육성할 것을 천명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LG생활건강을 통해 피부연고제 도미나크림으로 유명한 태극제약을 446억 원에 인수하며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일반 및 전문 의약품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반면 CJ헬스케어는 지난 33년간 단 하나의 신약도 출시하지 못하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03년 농구균 예방 백신 슈도박신주가 국내 7번째 신약으로 허가받았지만 시장성을 고려해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때문에 식품, 음료 등 주력 사업군에 비해 제약 사업은 투자 비용 대비 낮은 수익률과 특유의 불확실성 때문에 CJ그룹이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