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성이 가장 행복할까?

나는 어떤 유형의 여자일까?

어떤 여성이 가장 행복할까?

A. 모든 에너지를 자기 계발에 힘쓴다.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남들도 인정해준다. 남자와 비교해도 지지 않는 능력자다.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고, 남자에 대한 관심도 재주도 없어 남자와는 담을 쌓고 산다. 성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다. 여자를 좀 안다는 남자의 눈에는 ‘성적으로 매우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며 자존감 때문에 처녀성을 지니고 사는 여자’로 비친다. 잘 놀던 남자는 이런 여성과 결혼할 확률이 높다. 이 여성은 결혼은 남들 할 때 지지 않으려고 시기에 맞춰 하거나, 혼기를 놓치면 아예 하지 않는다. 성적으로나, 여성으로서 행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는 이유를 잘 모른다. 성실하게 아내노릇, 엄마노릇을 했는데 ‘왜 여성으로서 행복하지 않지?’ ‘남들도 다 그렇게 살 거야!‘라고 위안하지만, 사회적인 성공 뒤에 항상 허전함이 남아있다. 결혼 후에 남편이 자신보다 못한 여자와 바람을 피웠을 때, 정말로 그 이유를 알 수 없어서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는다. 또는 기도하며 신에게 한탄한다. “제가 무엇을 잘못 했나요?”

B. 스스로 능력이 있다고 자위하고, 남들로부터도 똑똑하다는 인정을 받는다. 공부도 잘 하고 성실한데다가, 끼도 있고 남자에게 교태를 부리면서 연애도 잘 한다. A형 여성들은 이런 여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시기하기 일쑤다. ‘성공을 위해서 여성의 자존감을 파는 여성’으로 단정 짓곤 한다. 이들 여성은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면서도 에너지와 시간의 10%를 남자를 만나거나, 여성스러워지는데 사용한다. 스마트하면서도 멋도 잘 부리기에 남자들은 ‘멋진 여성!’이라고 찬사한다. 평범한 여성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직으로서, 여자로서 너무 완벽해지려다 보니까, 스스로 힘들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만 만족하기 때문에 스스로 강하게 단련시킨다. 남자들에게는 인기가 있지만, 다른 여성에게는 대체로 인기가 없어서, 주로 남성들과 시간을 보낸다. 남성들과 술을 마시거나 스포츠, 게임 등 남자가 재미있어 하는 것들을 즐긴다. 마음속으로는 여자 친구들과도 잘 싶지만 실제론 남성들과 지내는 것이 편하다. 다른 여자들이 멤버에 끼워주지 않는다.

C. 예쁘거나 애교가 많아서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능력은 뛰어나지 않아서 남자의 능력에 기댄다. 에너지를 남자와 데이트하는데 사용하고, 화장과 옷에 신경 쓴다. 자신의 한계를 알기에 전문직은 언감생심! 남자들과 말이 통할 정도의 상식을 쌓는 데엔 애쓴다. 경제를 남자에게 의존해야 하니까, 자존심이 상해도 꾹 참고 살았다. 그러나 ‘괜찮은 남자’를 만나 적당히 애교를 부리면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남자를 평생 부려먹으면서 살 수 있다. 자식까지 효도하면, 얄미울 정도 아닐까? 이 유형은 두 가지만 조심하면 된다. 하나는 의존하려던 남성이 오히려 기대는 것. 다른 하나는 남자가 멋지면 ‘라이벌’이 많다는 것. A형, B형 여성들이 질투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은 평일 멋진 카페나 강가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비 오는 날 피부 관리를 받거나, 우울한 날 백화점 쇼핑을 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기에…. 하지만 C형 여성들도 집안일 하랴, 전업주부로서 자식 키우느라 바쁘고 고된데, 자신들의 능력이나 수고가 저평가 받는다고 불만을 내뱉곤 한다.

D. ‘싱글녀’나 ‘돌아온 싱글(돌싱)녀’. 어떤 이유든지 혼자서 자유롭게 산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기 때문에 굳이 남자와 같이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하면 ‘스폰서’를 이용하며 편하게 살지언정 얽매이는 것은 싫다. 마음으로는 외롭지만, 그렇다고 지지고 볶으면서 남자와 살면서 갈등을 겪거나 희생을 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혼자 여행 다니고, 영화보고, 공연 보면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 행복하지 않은가? 그래도 대부분 마음속으로는 갈등한다. 좋은 남자가 나타나면 그냥 못 이기는 척 결혼을 할까, 말까? 하지만 환경을 바꾸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남자에게 먼저 다가갈 만큼 자신도, 용기도 없어서 그냥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 남자의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싶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자유를 희생하고 싶지는 않다. 21세기는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런 여성 때문에 결혼이 적어지고 있어서 외국에서 ‘신부’를 수입하고 있다. 당장 우리 자녀 중에 결혼을 안 하는 딸과 결혼을 못 하는 아들이 늘어나는 것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E. 앞의 어떤 유형에도 해당하지 않는 보통 여성. 남성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C형과 비슷하지만 외모가 특출하지 않고 애교를 잘 부리지도 못한다. 자기 색깔도 불분명하고, 자기의 위치도 불분명하다. 사회를 지탱하고, 남성을 내조하고, 군소리 없이, 희생적으로 산다. 주위가 파란색이면 자신도 파란색, 핑크색이면 자신도 핑크색, 남편이 노란색이면 자신도 노란색으로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옛날에는 이런 여성이 많았을 것이다. 주위에서는 역할을 요구만 하고 아무도 그 가치를 알아봐 주지 않는다. 누가 알아봐 주기를 대놓고 갈구하지는 않지만, 누군가 그 가치를 알아주면 금세 감동에 젖는 평범한 여성이다. 이런 여성들 때문에 남자들이 편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부인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살지도 모른다. 때로 갱년기가 되어서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해서 우울증에 심하게 빠지기도 한다. 참다 참다가 갑자기 수 십 년 묵은 응어리가 폭발하기도 한다. 그렇게 본인이 무언가를 표현해야 가족이, 남편이, 주위 사람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봐주는 여성이다.

내가 지금껏 만난 여자를 다섯 유형으로 정리했다. 여러분은 딱 떨어지는 한 유형일 수도 있고, 몇 가지가 섞였을 수도 있다.

나는 전형적인 A형 여자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오로지 혼자 노력해서 시골에서 과외 한 번 받지 않고, 국립대 의대에 들어갔다. 의대를 나와서 몇 년간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적금을 부었고, 적금을 담보로 은행 융자를 더해서 시골에 의원을 개업했다. 개원 후 1년 365일, 매일 당직, 토요일, 일요일도 쉬지 않고 일해서 번 돈과 은행 융자를 끼고 6년 만에 병원을 지었다. 그 사이에 석사, 박사 학위도 땄다.

남들이 결혼할 때 쯤 나도 결혼했다. 남들이 대학교에 들어갈 때 나도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그 시기에, 경쟁하는 것처럼 결혼을 했다. 아들과 딸을 낳았을 때 산후휴가를 한 달씩만 쓰고 일했다. 20년째 출산휴가와 병가 외에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했다. 가족과 50여 명의 직원을 먹여 살리기 위해선 달리고 또 달렸다. 스스로 ‘스마트한 소녀가장’이라고 자위하면서.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주위 사람들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내 삶이 스마트하지만은 않다는 자각이 슬금슬금 뇌를 침범했다.

나는 하루에 100명의 환자를 진료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관찰했다. 최근 15년 정도 성학(性學)을 공부하고 성 문제가 있는 사람을 진료하면서, 남녀의 이불속을 들여다 볼 일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나 같은 A형 여자들은 여자의 행복 방정식과 멀리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깨닫게 됐다.

산부인과 진료를 하지 않았거나 성학을 하지 않았다면 지나쳤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의 가슴 속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자신의 치부는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대부분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이불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렇지 않았다. 환자들을 진료하고 나서, 나를 돌아보면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똑똑한 삶을 산 것이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 나는 ‘헛똑똑이’였다.

내 딸은 나와 99% 닮았다. 생각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흡사해서 깜짝 놀라곤 한다. 내 딸도 전형적 A형 여자로 보인다. 자칫하면 ‘헛똑똑이의 삶’을 살 가능성이 크다. 딸이 얼마 전에 유학 중인 아들의 여자 친구에 대해서 미워하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은 A형 여자의 C형 여자에 대한 전형적 반응인 듯했다. 딸에게 똑똑한 여자의 삶에 대해 얘기했다.

“그 아이는 유학을 왔다. 차도 없고, 부모 신세를 안진다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에 다닌다. 네 오빠 때문에 미국 유학 왔다고 말하면서 오빠의 마음을 빼앗았다. 오빠의 친구들과도 친하게 지낸다. 올봄에 벚꽃 철엔 오빠와 오빠 친구 2명과 벚꽃 구경도 다녀왔다(내 딸은 벚꽃 구경도 못 했는데…). 자정에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오빠와 오빠 친구 2명이 번갈아가면서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다. 그녀는 총각 세 명의 애간장을 태우면서 힘든 유학생활과 아르바이트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 너를 비롯한 다른 여자애들은 그 애를 너무나 미워하고 질투한다.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너와 남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일을 해결하는 그 아이 중에, 누가 더 현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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