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틱, 자폐 등 소아정신질환에 적용되는 대체의학의 실태
미국의 ADHD, 틱장애, 자폐 스펙트럼 등 소아정신질환을 둘러싼 시장의 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 이 중 90퍼센트의 비용이 현대의학이 아닌 근거가 희박한 치료법인 보완대체의학에서 발생한다. 소아정신질환 아동의 부모들은 어째서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보완대체의학에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는 것일까?
덴버대의 페닝턴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ADHD를 비롯해서 소아 정신질환 자체가 만성적이고 완치가 어려워서 수익성이 매우 높아 전문가 집단도 쉽게 돈의 유혹에 빠져 치료효과를 과장하기에 바빠서 실험실과 현장의 괴리가 큰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확실한 치료효과를 보여주지 않음에도 애꿎은 환자 아동의 가족이 피해를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자주 접하게 되는 소아정신질환의 대체의학 치료는 크게 4가지로, 청각 분야, 시각 분야, 운동·전정기관 분야, 식이·영양소 분야 등이다.
첫째, 청각 분야에는 베라르 치료, 토마티스 치료, 청각통합 치료 같은 게 있는데, 예전에 유행한 엠씨스퀘어도 같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치료들은 소리를 듣다보면 뇌 또는 청각기관이 변화된다는 주장을 하며, 기적적인 치료 사례를 소개한다. 적용되는 질환도 매우 광범위해 ADHD, 자폐, 학습 장애, 난독증은 물론이고 행동, 성격, 음악, 운동 능력 모두를 향상시켜 준다고 광고한다.
둘째는 시각분야다. 글자가 흔들려 보이는 얼렌증후군을 교정하는 얼렌렌즈, 눈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도와주는 안구운동, 움직이는 글자를 빨리 알아보다보면 글자를 터득할 수 있다는 시지각 치료 등이 있다.
셋째, 운동/전정기관 분야에는 몸의 위치감각과 관계된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자폐가 발생한다고 믿는 ‘감각통합치료’, ADHD나 아스퍼거, 뚜렛병이 모두 좌우뇌 불균형에서 생기고, 특별히 개발한 운동으로 완치된다고 믿는 미국의 ‘브레인밸런스 센터’, 메트로놈에 맞추어 박자를 잘 맞추다 보면 ADHD, 학습부진이 좋아진다는 ‘인터랙티브 메트로놈’ 등이 있다. 미국의 브레인밸런스 센터에 대해 학자들은 그들이 변호사 비용의 절반만이라도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한다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넷째, 식이/영양 분야에는 식품첨가물이나 설탕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이 ADHD와 관련이 있다는 이론부터 시작해서 밀가루에 있는 루테인, 우유엔 든 카제인 성분이 문제라는 이론도 나온다. 최근에는 특정한 중금속이 많이 축적되어서 또 아연, 마그네슘 같은 특정 영양소의 결핍이 문제라는 이론에서 기반한 치료도 있다.
이러한 대부분의 치료는 제대로 된 개발과정이나 효과를 증명하는 정도(正道)를 거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인기가 높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 “유명한 전문가가 추천했다”, “유명 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등과 같이 사실 확인이 힘든 광고 문구를 사용한다.
또 대부분 의료인이 아닌데도 흰 가운을 입고, 뇌모형을 쳐다보고 있는 사진을 내세워 신뢰감을 조장한다.
하지만 효과가 보장된 치료를 외면하고 가만있기는 불안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러한 치료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다보면 아이에게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서 상태가 더욱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수 있다.
최근 보도된 ‘안아키’ 사건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다.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이거나 스테로이드를 바르는 것이 해롭다는 것을 매우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파는 자연요법을 판매하는 고도의 상술이 빚은 안타까운 사건이다. 안아키로 피해를 본 아이들은 아동학대 수준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왔다.
ADHD 치료제에 대해서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없어지고, 약물을 끊으면 더 나빠진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린다. 사실상 ADHD 치료제는 의존과 중독이 없으며, 먹다가 끊어도 먹은 기간만큼 효과가 유지된다.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는 약물복용이 ADHD치료에서 가장 먼저 선택하는 옵션이며, 뉴로피드백 같은 치료는 치료단계의 마지막에, 아주 희박한 확률을 기대하며 시도한다. 건강보험공단도 이러한 대체의학에 대해서는 보험적용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