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 머리가 나빠졌다”란 말은 핑계 (연구)

“늙어서 머리가 나빠졌다”란 말은 핑계 (연구)

젊은 사람이 영리한 행동을 하면 “어려서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한다. 반면 나이든 사람이 아둔한 모습을 보이면 “늙어서 머리가 굳었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 진짜 머리가 나빠질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의과학자들의 최신 지견이다.

머리가 좋다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사람에게 사용한다. 수학적인 능력일 수도 있고, 예술적인 감각일 수도 있다. 또 이처럼 한 분야에 재능을 보이는 사람은 지능지수(IQ)가 높고, 뇌의 특정 부위가 발달했을 것이란 인식이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상식의 틀을 깨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정한 뇌 영역의 발달보다는 각 뇌 영역 사이의 네트워크가 지능지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단 것이다. 또 이러한 신경망의 발달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강화된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에 따르면 뇌 구조간의 원활한 네트워크는 지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17~48세 남녀 92명을 대상으로 IQ 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진행한 결과다.

권 교수팀은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등 특정한 뇌 영역의 발달보다는 두정엽과 소뇌, 전두엽과 측두엽 사이의 네트워크가 지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뇌의 특정 부위가 발달한 사람보다 뇌의 각 영역을 골고루 사용하는 사람의 지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즉 뇌 영역 사이의 원활한 신호전달이 높은 인지기능과 깊은 상관성을 보인다는 의미다.

국제학술지 ‘사이언틱리포트’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지능과 노화에 대한 편견을 깨는 중요한 연구 자료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뇌 영역간의 네트워크가 강화된다. 두 연구를 종합해보면 나이를 먹으면서 오히려 얻게 되는 인지기능상의 장점이 있다.

앞서 캐나다 맥길대학 의과대학은 나이가 들면 뇌의 신경세포는 급격히 줄어들지만 신경망은 오히려 발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 전두엽과 두정엽의 부피가 줄어들어 무언가를 잘 잊어버린다거나 계산을 하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등의 현상이 일어나지만 뇌를 종합적으로 골고루 사용하는 능력은 향상된다는 의미다.

즉 “나는 늙어서 머리가 나빠졌어”라는 자책은 불필요하다. 나이 탓을 반복할 때야말로 뇌의 능력이 감퇴한다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보고도 있다. 본인 스스로 탓하지만 않는다면 비록 뇌는 늙어도 퇴보하지 않는다.

[사진출처=vitstudio/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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