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여성이 남성보다 감정표현 풍부할까?(연구)
감정에 관한 오랜 고정관념이 하나 있다. 남성보다 여성이 감정 표현에 적극적이란 점이다. 과연 그럴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감정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여주인공인 브리짓은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들통이 나기 일쑤다. 반면 남자주인공인 마크는 무표정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감정을 감추는데 능숙하다. 이는 많은 매체들이 보여주는 남녀의 감정 표현 차이다.
실질적으로 선행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웃음이 헤프다. 잦은 미소로 이성의 오해를 사는 일도 매우 흔하다. 그런데 최근 플로스원(PLOS One)저널에 실린 새로운 논문에 따르면 남성이 좀 더 자주 드러내는 감정 표현도 있다.
연구팀이 다양한 얼굴표현들을 살피고 분석한 결과, 일부 감정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흔하게 표출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결과가 성별에 따른 감정적 차이를 밝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2106명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집에서 10편의 TV광고를 봤다. 또 연구팀은 보호화 기술을 이용해 실험참가자들이 광고를 보는 동안 짓는 다양한 얼굴 표정들을 분석했다. 실험참가자들은 프랑스, 독일, 중국, 미국, 영국 등 각기 다른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모국에 있는 본인의 집에서 광고를 시청했고, 광고를 보는 그들의 얼굴은 웹켐으로 촬영돼 원격서버를 통해 연구팀에게 전송됐다.
얼굴표정 분석 결과, 이전 연구와 마찬가지로 여성은 남성보다 웃는 표정을 자주 짓는 경향을 보였다. 또 슬픔이나 두려움을 나타내는 ‘이마 중심부 올리기’ 표정도 여성이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은 남성은 눈살을 찌푸리는 얼굴을 보다 자주 연출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화가 났을 때 보이는 표정이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집중할 때 혹은 혼란스러움을 느낄 때 보이는 표정인 것으로 분석됐다.
얼굴 표정과 감정은 항상 일치할까. 미소를 짓는다고 해서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감정과 얼굴 표현이 비교적 상당 부분 매치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면 여성은 남성보다 행복감과 불안감을 잘 느끼는 반면, 남성은 분노나 혼돈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이유는 뭘까. 연구팀은 이러한 감정과 얼굴표현이 사회적 압박 혹은 사회적 기대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성별에 따라 사회가 기대하는 바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는 감정표현을 지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실험참가자들이 웹켐에 자신의 얼굴이 찍히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을 모른 상태에서 보다 본능적으로 나오는 감정표현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사진출처=Andrey_Popov/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