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예방하고 싶으면 ‘호메시스’를 지키자
과하면 독이 돼서 돌아온다
태풍 ‘매미’가 2003년 9월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강타하여 수많은 인명, 재산피해가 있었다. 당시 필자는 전남 여수에서 봉사활동 중이었는데, 아주 신기한 장면을 목격하였다. 태풍으로 바닷물이 여러 마을을 덮쳐 침수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신기하게도 피해가 전혀 없는 마을이 있었다. 이 곳은 인공 매립지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마을이었다. 반면에 같은 동네라도 인공 매립지는 모두 태풍에 의한 침수피해를 입었다. 태풍이라는 자연파괴자는 매립 전에는 바다였던 땅만 물에 잠기게 만든 것이었다.
우리 몸도 이와 똑 같은 현상이 있다. 바로 호메시스(hormesis) 현상이다. 호메시스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상황이나 물질에 노출이 되었을 때 세포와 조직은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뜻한다. 적절한 작은 용량에서는 자극에 반응을 보이지만 이 반응은 벨 형태(J shape 혹은 bell shape)를 보여 고 용량에 노출되면 오히려 더 큰 독성을 보일 수 있다.
몸에 필요한 정도의 적절한 농도에서는 생체를 자극하여 생리학적으로 유익한 효과를 보이는 반면에 조금만 그 용량을 넘어서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다. 의학에서의 대표적인 예로 노화반응, 산화적 손상, 방사능 피해, 미토콘드리아 반응 등을 들 수 있다. 모든 반응에는 적절성이 있다는 것으로, 철학적으로는 더하지도 덜 하지도 않은 중용과 비슷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진료실에서 바라 보는 우리의 현실을 ‘호메시스’에 비유해 보면, 환자를 크게 양 극단으로 구분할수 있다. 아주 조그마한 것까지 신경을 써서 건강을 더 지켜보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반대로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인데도 무지 또는 무관심한 사람들이다.
이와 관련해 TV나 신문, 인터넷을 통해 넘쳐나는 검증되지 않은 의학정보의 문제점을 거론하고 싶다. “OO이 몸에 좋다더라” “OO을 먹고 암을 고쳤다” 등 믿기 어려운, 그러나 귀를 매우 솔깃하게 만드는 정보가 지천에 있다. 특히, ‘먹는 것’에 대한 정보가 넘친다. 그러나 호메시스 개념을 생각하면 틀린 ‘먹는 정보’는 결국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 칼럼을 통해 그릇된 정보를 전파하는 사람이나 이를 맹신하는 사람에게 경고를 하고 싶다. 몸에 좋다는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이라도 절대로 맹신하고 지나치게 먹으면 안 된다고. 이는 태풍 ‘매미’가 인공 매립지만 물에 잠기게 하고 원래 땅은 건드리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건강 증진기능이 있는 영양성분은 이를 먹는 숙주에 필요한 만큼만 효능이 있지 그 이상은 효과가 없다. 오히려 몸에 좋다는 식품도 필요이상으로 섭취하면 본인이 가지고 있던 막강한 재생 및 교정 능력을 오히려 무시하게 된다. 예를 들면 원래 개인이 지니고 있던 항암, 항염증, 항산화력이나 심지어 항노화기능 등의 자생적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능력을 꺾을 수 있어 오히려 호메시스의 역풍을 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여타 암세포보다도 소화기 암을 구성하는 암세포는 이러한 호메시스의 기능을 못 지키게 될 때를 더 잘 활용한다. 암이 더 잘 발생하고 더 잘 진전하는 반면, 항암제와 같은 약물반응은 낮추는 안타까운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자연미인, 타고난 건강력, 장수하는 집안, 질병에 대한 저항력, 튼튼한 면역력 등은 모두 본인이 깨워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잘 타고 난 본인의 이러한 본능을 잘못된 의학정보나 건강식품 등으로 막아버려 오히려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세상의 진리는 ‘건강엔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적절하게 누리고 지키라는 의미다. 일부 운동 종목의 선수는 건강하지만 장수와 거리가 멀다. 이는 운동에 의한 장점이 호메시스 범위를 벗어 낫기 때문이다. 장수마을에서는 특히 더 편애하는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은 없으며, 병원도 그다지 없다. 건강에 대한 지나친 욕심, 건강기능식품이나 약의 남용, 더 오래 살겠다는 지나친 욕심 등으로 인해 호메시스를 벗어 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