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문화를 떠나 누구나 짓는 공통적인 표정이 있다. 웃을 때 입꼬리가 올라간다거나 슬플 때 눈썹이 처지는 등의 표정이 그렇다. 이처럼 단순한 감정을 표현한 표정뿐 아니라 보다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때 짓는 동일한 표정도 있다. 최근 과학자들이 발견한 공통적인 얼굴 표정은 부정적인 감정과 연관이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미국식 수화(ASL)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공통적인 표정을 짓는 순간을 포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모든 실험참가자들이 동일하게 주름 잡힌 이마, 굳게 다문 입술, 치켜든 턱을 보인 순간이 있었다. 실험참가자들은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할 때 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국제학술지 ‘인지저널(Journal Congnition)’에 실린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표정은 상대방에게 말을 전달할 때는 물론, 수화로 문장을 표현할 때도 나타났다. 이를 통해 볼 때 연구팀은 이 같은 표정이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본능적으로 짓게 되는 표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화로 사용하는 실험참가자들은 종종 ‘아니오(not)’라는 단어를 몸짓으로 표현하는 대신 이 같은 얼굴 표정으로 대신했다. 이 표정은 수화 언어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표현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으로 이 같은 표정을 지은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전기전자 및 컴퓨터공학부 알레이스 마르티네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부정적인 판단을 내릴 때 짓는 얼굴 표정이 전 세계 보편적으로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걸 처음으로 밝힌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언어표현의 기원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해결하고자 했던 관심 분야”라며 “이번 연구는 얼굴을 통한 감정적 표현이 언어와 상관관계에 놓여있다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를 위해 마르티네즈 교수팀은 서로 다른 얼굴표정 21개를 컴퓨터 알고리즘화했다. 단순한 표정뿐 아니라 복합적인 표정도 포함했다. 가령 행복한 표정과 역겨운 표정이 혼합되면 행복하면서도 역겨운 복합적인 표정이 나온다. 배설물을 주제로 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볼 때 이 같은 표정을 짓게 된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한 전 세계 보편적인 표정이 ‘화’, ‘경멸’, ‘혐오’ 등 세 가지 단순 표정이 합쳐진 복합적인 표정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왜 이 표정이 전 세계 공통적인 의사표현의 수단이 됐을까. 연구팀은 부정적인 감정 표현은 인간 생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류 보편적인 표현 수단이 됐을 것으로 보았다. 또 긍정적인 감정에 대한 얼굴표현도 추가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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