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인공 심장 판막, 글로벌 시장 진출 가시화

서울대병원이 개발한 국산 인공 심장 판막의 임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세계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팀(소아흉부외과 김용진, 임홍국 교수)은 돼지의 심장 외막으로 만든 폐동맥 인공 심장 판막을 스텐트 시술을 통해 10명의 환자에게 적용하는 임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연구 팀이 개발한 자가 확장형 폐동맥 인공 심장 판막과 스텐트는 아직 상용화된 제품이 없어, 현재 한국, 미국, 중국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번에 임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국산 판막이 상용화되면, 개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판막의 수입 비용을 절감하고, 한국 의료 기술의 세계화 및 국부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팀은 2004년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한 바이오이종장기사업단을 통해 돼지와 소의 심장 외막을 이용한 인공 심장 판막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후유증이 큰 가슴을 여는 수술 대신 간단한 시술로 판막을 이식하기 위해 태웅메디칼과 스텐트 개발도 동시에 진행했다.

수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된 판막은 이종 이식의 문제점인 면역 거부 반응이 '0'에 가까운 차별화된 장점을 가졌다.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판막보다 우수한 내구성 및 안정성을 확보했다.

연구 팀은 이 판막을 2011년부터 동물에 이식해왔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2015년 7월)를 받아 2016년 2월 첫 임상 시험에 돌입했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긴 여정 끝에 그해 10월 10번째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판막을 이식하고, 최근 6개월간의 추적 관찰을 마쳤다.

김용진 교수는 "10년간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고, 해외 업체로부터의 러브콜도 많았지만, 국산 판막의 세계화를 위해 연구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폐동맥 판막은 우심실이 폐동맥으로 혈액을 뿜어낼 때 혈액이 우심실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혈액의 역류가 나타나 심장의 펌프 기능에 부담을 주고, 결과적으로 심장이 신체에 혈액을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번에 임상 시험에 참가한 판막 질환 환자 10명은 6개월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심각했던 역류가 최소화됐으며, 면역 거부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역류가 거의 사라지면서, 우심실의 부피도 평균 32.1%나 줄었다.

또한 가슴을 여는 수술 대신 스텐트 시술로 판막을 이식해, 중환자실을 거치지 않고 일반 병실에서 4일 내에 퇴원했으며, 이식으로 인한 특별한 합병증도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인공 심장 판막 치료는 피부 정맥에 도관을 삽입하고 도관을 따라 판막을 감싼 스텐트를 판막 부위에 이식하는 시술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고령층의 대동맥 판막 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개발된 타비(TAVI)라고 불리는 자가 확장형 인공 심장 판막 스텐트가 상용화되어 있다. 연구 팀이 개발한 스텐트와 판막은 폐동맥 판막 질환에 특화된 것으로 차별성이 있다.

김기범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인공 심장 판막은 해외 학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판막 회사에서도 문의가 왔지만, 판막의 국산화를 위해 모든 기술을 국내 업체인 태웅메디칼에 이전했다"며 "정부의 지원을 비롯해 수많은 의료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국산 판막이 우리나라 의료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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