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헌 vs. 환자 위협, 노바티스의 두 얼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한국 내 입지가 심상치 않다. 주요 경영 지표가 하락하는가 하면 지속적인 사회 공헌 활동에도 무리한 현금 배당과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도덕성 논란까지 맞물려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의무
현재 한국에서 수익 활동을 하는 글로벌 제약사 대부분은 기업 이미지 제고와 사회 환원 차원에서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노바티스그룹 자회사 한국노바티스도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창립 기념일인 4월 24일을 '노바티스 지역 사회 봉사의 날'로 지정해 1997년부터 매년 임직원이 나무 심기와 장애인 돌보기 등 지역 사회의 변화를 위해 사회 기관 및 비영리 단체를 지원하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에게 건강과 삶에 대한 희망을 주는 'Do-gather 캠페인'과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건강, 장수와 행복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는 취지의 '5대 가족 찾기 캠페인' 등의 사회 공헌 활동을 하며 이미지 제고에 나서고 있다.
특히 노바티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노바티스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자 핵심적인 경영 철학임을 강조하며, 윤리성과 투명성 을 기반으로 책임 경영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노바티스의 결연한 각오에도 불구하고 한국노바티스가 불법 리베이트, 환자 생명권 위협, 무리한 현금 배당 등 기업의 윤리성과 투명성을 져버리는 행태들을 보이고 있어 한국노바티스에 대한 도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적 부진에도 고배당
최근 한국노바티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매출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4484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 이익도 2015년 206억 원에서 2016년 144억 원으로 약 30% 급감한 수치를 보였다.
순이익도 2015년 211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21.2%가 줄어든 16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 영업 이익, 순이익 등 실적 전 부문에서 하락세가 나타난 것.
2015년 약 4552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2014년 보다 무려 13% 매출 증가를 이뤄냈던 한국노바티스지만 단 1년만에 증가세가 감소세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노바티스의 불법 리베이트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노바티스는 2011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5년 동안 자사 의약품 처방을 위해 의사들에게 25억9000만 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이로 인해 한국노바티스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 6명이 약사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국내 제약사는 물론 글로벌 제약사 등 국내 제약 업계가 불법 리베이트 자정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한국노바티스는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것이다.
특히 국내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 상위 5개사 중 유일하게 역성장한 한국노바티스는 166억 원의 순이익 중 31%에 해당하는 52억원을 배당해 본사로 송금했다.
반면 한국노바티스가 낸 기부금은 배당금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23억 4400만 원에 불과해, 사회적 환원의 척도로 볼 수 있는 기부금 지출에 매우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제약사가 몇년 치의 이익에서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환자 생명권까지 위협
한국노바티스의 불법 리베이트 사태는 환자들의 생명권까지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국노바티스의 불법 리베이트 적발과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노바티스 33개 품목에 대해 3개월 판매 업무 정지 처분에 갈음해 2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고 9개 품목은 판매 업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 보건복지부는 엑셀론 캡슐·패치, 조메타주 등 9개 의약품의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6개월간 정지하고, 나머지 33개 품목에 총 55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기적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노바티스의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 급여 정지 처분 대상에 포함되면서 백혈병 환자 단체가 노바티스를 상태로 항의 집회를 열고 규탄했다.
글리벡이 급여 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글리벡을 사용하는 환자들은 적게는 130만 원에서 많게는 250만 원의 약값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특히 백혈병 환우회 측은 "제네릭 의약품이 있지만 처방받는 약을 교체했을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 때문에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다"며 급여 정지 처분이 아닌 과징금 처분을 복지부에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복지부가 글리벡에 대한 처분을 급여 정지가 아닌 과징금 처분으로 대체하면서 사태가 일단락 되기는 했지만 회사 측의 잘못된 행동으로 환자들의 생명권을 심각하게 위협했다는 사실에 대해 한국노바티스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은 지금까지 싸늘하기만 하다.
타시그나 꼼수 의혹도
노바티스가 2010년 12월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타시그나를 둘러싼 논란도 한창이다.
타시그나는 암과 희귀 질환 등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치료를 위해 긴급 도입이 필요한 의약품으로 간주되어 3상 임상 시험 자료를 시판 후 제출하도록 해주는 일종의 특례 제도를 통해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식약처가 제시한 6년이라는 기간 동안 노바티스는 타시그나의 임상 3상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
임상 3상을 통해 타시그나와 효과성과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입증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관련 단체가 공개적으로 임상 3상 결과 공개를 촉구했지만 노바티스는 글로벌 환자 관찰 조사를 이유로 오히려 식약처에 5년의 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타시그나의 효과와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타시그나가 미국에서 임상 3상 결과를 토대로 최종 허가를 받으면서 이런 의혹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노바티스가 조건이 충족된 임상 3상을 5년이나 연장하겠다는 것은 알려지지 않은 편익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한국노바티스, '사과' 그리고 '반박'
이와 관련 한국노바티스는 자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 18일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바티스는 불법 리베이트 문제와 환자들의 생명권 위협과 관련해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윤리 경영 강화를 위한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취를 취했다"며 "업계와 환자분들에게 실망과 우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노바티스는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 의약품 개발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고객과 환자, 나아가 한국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우수한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타시그나 꼼수 의혹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노바티스는 "모든 임상 시험 진행 현황을 매년 식약처에 보고하고 있으며, 최신 허가 사항은 해외 유수 학술지 등을 통해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조건부 허가를 받았지만 임상 3상을 통해 최종 허가를 받을 정도로 타시그나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업계 한 관계자는 "임상 시험에서 요구되는 증례수를 모두 만족시켰음에도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는 노바티스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노바티스가 환자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임상을 연장하려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제약 업계 관계자들은 다국적 제약사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수많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기업의 이미지와 사회적 책무라는 그럴듯한 이유로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의심된다"며 "선진국의 경우 법적으로 해외 기업의 사회 환원을 규정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환자들을 우선시 하는 경영 활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