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아닌 단순 ‘슬픔’도 건강에 영향 미친다
우울증은 공황장애, 심장질환, 당뇨 등의 질환과 연관성을 보인다. 신체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란 의미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느끼는 슬픔과 같은 감정은 어떨까. 정신질환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감정 역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울증만큼은 아니지만 슬픔도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울적한 기분 상태는 뇌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를 바꿀 수 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이 화학성분들은 혈액 내 염증성 단백질을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심장질환, 뇌졸중, 대사증후군 등의 위험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슬픔에 빠지면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상쇄시킬 목적으로 진통제 역할을 하는 오피오이드라는 뇌 분비물질의 분비가 증가한다. 그런데 오피오이드는 면역시스템의 원활한 기능을 방해하고 이와 연관된 질병의 위험률을 잠재적으로 높이는 기능을 한다. 질환을 일으키는 염증성 단백질의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슬픈 감정이 든다고 해서 반드시 우울증에 이르는 것은 아니지만 신체건강에는 마찬가지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슬픈 감정이 들면 알로스타틱 부하가 증가한다. 알로스타틱 부하는 스트레스로 체내 장기가 얼마나 손상을 입었는지 알려주는 누적된 지수다. 기분이 울적할 때 두통, 관절통, 근육통 등이 좀 더 잘 일어나는 이유가 바로 이 같은 신체 손상과 연관이 있다.
슬픔은 입맛도 바꾼다. 플로스원(PLOS ONE)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기분이 침체되면 쓴맛, 신맛, 단맛에 더욱 민감해진다. 단 음식은 더욱 달고 느껴지고 쓰거나 신 음식은 더욱 거부감이 들게 돼 결국 군것질에 빠지게 된다. 이는 영양 공급의 불균형으로 이어져 건강상 이슈를 더욱 악화시킨다.
슬픈 감정이 오래 지속될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도 더욱 증가하는데, 이 호르몬은 혈당과 혈압 수치의 조절을 방해하고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다행인 것은 정신장애인 우울증과 달리 단순한 슬픈 감정은 장기간 지속되지 않는다. 운동과 명상,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면 슬픈 감정과 스트레스로부터 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슬픔이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요인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이 같은 노력이 수반되는 것이 좋다. [사진 출처=popcorner/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