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감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걸까
항상 표정이 밝고 명랑한 사람이 있다. 반대로 낯빛이 어둡고 무슨 일이든 못마땅한 듯 보이는 사람도 있다. 행복감이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기질이기 때문에 이처럼 개인차가 벌어지는 걸까.
행복은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다. 그래서 과학자들의 관심도 높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삶의 질과 무관하게 개인마다 느끼는 행복도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러한 판단에 변화가 생겼다. 행복감은 외적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이와 관련, 일과 삶의 균형이 잘 맞는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일수록 행복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돈, 행복, 만족도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결과, 덴마크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일과 삶의 균형이 잘 맞았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으며 그 만큼 행복도 역시 높았다.
미국의 각 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환경과 행복도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행복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남쪽에 위치한 주들로, 이 주들은 사계절 날씨가 따뜻하고 화창하며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반면 추위와 더위가 극심하고 교통체증이 심하며 주거환경이 좁고 비싼 동부 지역은 가장 행복도가 떨어지는 주들로 밀집해 있었다.
그런데 푸른 바다와 야자수가 떠오르는 서부지역인 캘리포니아는 행복도가 높을 것이란 편견과 달리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인식해 모여들면서 주거비용이 높아지고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나이를 기준으로,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는 언제일까. 젊었을 때보단 중년층에 이르렀을 때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50세를 넘으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인 '감성지능'이 향상되면서 스트레스가 감소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삶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알게 된 것도 행복도가 높아진 원인으로 꼽힌다.
체내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 중 행복감을 높이는 작용을 하는 건 뭘까. 세로토닌과 엔도르핀이 분비되면 기분이 향상된다. 사랑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도 편안한 감정을 유도한다. 트립토판은 세로토닌의 생성을 돕는다는 점에서 행복감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그렇다면 어떨 때 이런 화학물질이 분비될까. 음악을 들으면 도파민처럼 기분을 좋게 만드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는 보고가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처럼 건강한 생활도 행복감을 높이는 물질이 분비되는데 도움이 된다. 또 행복감이 높은 사람은 기쁨, 용서, 친절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고, 연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자아실현을 위한 실천력을 보인다는 특징도 있다.
단 행복도 강박적으로 느끼려고 애쓰면 부작용이 생긴다. 슬픈 감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스탠포드대학교 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무슨 일이 생기든 낙관적으로 보려는 가짜 행복은 진짜 행복과 동일한 효과를 주지 못한다. 오히려 슬픈 감정을 억지로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이 증폭되기도 한다. 단 감정을 추스르는 과정에서 띠우는 미소와 코미디 보기 등은 면역시스템을 활성화해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행복감을 느끼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태도는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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