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바이오베터 항암제' 개발 승부수

녹십자, '바이오베터 항암제' 개발 승부수

지난해 1조 1979억 원의 매출로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녹십자가 R&D(연구 개발)의 투자 확대를 천명한 가운데 항암제 신약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

녹십자는 2014년 846억 원을 R&D에 투자하면서 신약 개발 의지를 나타냈고, 그 이듬해 2015년에는 1019억 원을 투자해 R&D 1000억 원 시대를 열었다. 2016년에는 1200억 원 규모의 R&D 투자를 단행했으며 올해에는 신약개발을 위해 지난해 대비 20% 증가한 14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녹십자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면역 결핍 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IVIG SN),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 B형 간염 치료제 헤파빅 진 등 바이오 의약품과 인플루엔자 백신 GC3106A, 탄저균 감염 치료제 GC1109 등의 백신 의약품, 항 응혈제 GC2107 등 합성 신약군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녹십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신약은 바이오 의약품 MGAH22(유방암 치료제)와 GC1118A(대장암 치료제)이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항암제 개발에 국내 업체가 뛰어들어 자체 개발 임상까지 진행되면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MGAH22는 로슈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베터로 암 유발 항원 HER2에 결합해 면역 세포가 종양을 제거하도록 하는 항암 항체 의약품으로 허셉틴보다 항암 효과를 강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녹십자 측에 따르면 기존 허셉틴은 개인별 면역 세포의 유전자 차이에 따라 면역 세포와의 결합력이 달라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20% 정도에서만 높은 생존율을 나타냈다.

반면 MGAH22는 면역 세포와 항체 결합력을 높이기 위해 항체의 Fc부위를 개선, 개인별 유전자 차이에 관계없이 허셉틴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나머지 80% 환자에서도 높은 생존율을 나타냈다.

또 독일 제약사 얼비툭스의 바이오베터로 개발되고 있는 대장암 면역 치료제 GC1118A도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신호 전달 단백질로 알려진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를 차단해 대장암을 치료하는 것이 기본적인 작동 원리다.

녹십자 관계자는 "GC1118A은 앞서 출시한 다국적 제약사의 EGFR 표적 치료제 대비 차별적인 결합력과 결합 방식을 가진 바이오 신약"이라며 "다양한 종류의 EGFR의 성장 인자에 대하여 더 광범위하고 우수한 억제 효과가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GC1118A는 기존 EGFR 표적 치료제에 반응성이 없거나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에게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증식, 전이에 관여하는 케이라스 유전자 변이가 있는 대장암에서도 일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GC1118A는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인데 임상 2상은 해외 파트너 기업과 함께 글로벌 임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관계자는 "녹십자가 항암제 개발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바이오 제약 시장 판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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