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만 누우면 정신이 말똥말똥, 왜?
아침마다 비몽사몽 잠이 덜 깬 상태로 일어나고, 오후시간이면 꾸벅꾸벅 졸음이 온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지하철 안에서는 쉴 새 없이 하품이 쏟아진다. 그런데 막상 늦은 밤 잠자리에 누우면 잠이 오질 않는다.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까지 든다. 이 같은 수면패턴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현상은 현대인이 흔히 겪는 불면증의 한 형태다. 뇌가 침대에 눕는 행위를 깨어있는 상태인 ‘각성’으로 인식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를 ‘정신생리학적 불면증’이라고 칭한다.
그렇다면 정신생리학적 불면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불면증 환자를 위한 인지행동요법(CBT-I)’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수면클리닉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수면 스케줄을 교정해나가는 방식이다.
미시간대학교 수면질환센터 로날드 처빈 박사는 미국 건강지 헬스를 통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점은 침대를 잠자는 용도로만 이용하라는 것”이라며 “물론 부부관계를 갖는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 밖의 활동은 최대한 침대 밖에서 하라”고 조언했다.
침대에 누운 상태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종이로 된 책조차 읽지 않는 편이 좋다는 설명이다. 만약 침대에 누운 뒤 20분이 넘도록 잠이 오지 않는다면 이때는 이미 잠들기 어려운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럴 때 그대로 누워있으면 우리 뇌는 침대에 누워있는 행위를 깨어있는 상태라는 ‘각성’과 연관 짓는다.
즉 잠이 안 올 때는 계속 누워있지 말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침대 밖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는 편이 보다 현명하다. 뇌에게 침대는 ‘잠자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보통 인지치료요법을 통해 이 같은 훈련을 받는데, 만약 집 가까이 수면클리닉이 없다면 가정에서 자가 치료할 수 있는 어플을 활용해보라는 것이 처빈 박사의 조언이다. 실내온도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잠들기 1~2시간 전부터는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면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야 잠들기 유리하다.
만약 이런 방법을 동원해도 잠이 잘 안 온다면 기본 수면 사이클이 올빼미형 인간에 맞춰져있을 수 있다. 아침보단 밤 시간 활동을 선호하는 유형이다. 이런 사람들은 10~11시에 잠들고 싶어도 수면 사이클이 이 시간에 잠들기 어렵게 설정돼 있기 때문에 정신이 말똥말똥해진다.
다행인 것은 수면 사이클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일단 잠들기 직전 ‘푸른 불빛’을 내는 스마트기기나 컴퓨터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푸른 불빛은 멜라토닌 생성을 진압해 수면을 방해한다.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주말 수면시간에 좀 더 신경 쓰는 것이다. 몸이 낮 시간은 깨어있는 시간이란 걸 자각하도록 만들어야 하므로 과도한 낮잠을 피해야 한다. 평일 부족한 잠을 주말에 보충하는 것은 좋지만 전반적으로는 오전에 일어나 밤에 잔다는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 평일 12시에 잠들어 5시에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주말엔 12시에 잠들어 8시에 일어나는 정도로 잠을 보충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낮에 2~3시간씩 여분의 잠을 자는 건 오히려 평일 오후 피로를 부르는 원인이 된다.
[이미지출처:Photographee.eu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