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가 출퇴근 시간 위협한다
서울에 직장을 둔 근로자들의 평균 통근시간은 1시간가량이다. 수도권 거주자가 늘면서 서울로의 출퇴근 시간은 점점 길어지는 추세다. 출퇴근 시간만으로도 이미 선진국에 비해 삶의 질이 매우 떨어지는 편이다. 거기다 업무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까지 더해진다. 둘 사이엔 연관성도 있다. 근무시간 받는 스트레스가 통근시간을 위험하게 만든다는 논문이 등장했다.
통근시간을 별로 중요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통근시간은 인생에서 무시해도 될 만큼 짧은 시간이 아니다. 평일 통근시간을 1시간으로 잡으면 1년간 대략 260시간이다. 수십 년간 이 같은 시간이 반복적으로 소비된다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 작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출퇴근 시간 머무르는 공간이 가정과 직장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는 눈치 안 보고 모자란 잠을 보충하고, 음악을 듣고 스마트폰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상 이 같은 시간도 그다지 편하지 않다. 불안과 걱정거리가 마음 한 편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하이파대학교가 ‘유럽 일과 조직 심리학저널(European Journal of Work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같은 심리적 스트레스는 기분을 불편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 위험한 상황에 처하도록 만드는 원인이 되기까지 한다.
연구팀은 제조업 종사자 216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실험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35세이고 평균 통근거리는 26㎞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앞차 추월하기, 앞차 바짝 뒤쫓기, 전화 받기, 문자 보내기처럼 출퇴근 시간 운전을 하면서 저지를 수 있는 위험행동에 대해 조사했다.
설문 응답에 따르면 운전하는 동안 저지를 수 있는 위험 행동을 정상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일수록 실제로 운전하는 동안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어떤 요인이 근로자들에게 위험 운전을 정상으로 인식하게끔 만들었을까.
연구팀은 두 가지 심리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았다. 첫 번째는 사생활과 직장생활 사이의 갈등이다. 이 갈등 규모가 큰 사람일수록 좀 더 위험한 운전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은 직장상사의 모욕을 주는 태도였다.
이 같은 스트레스 요인은 통근시간 내내 뇌리에 사로잡혀 운전의 집중을 방해하고 난폭 운전을 유도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직장 내 부당대우나 고된 업무환경이 개선돼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또 근로자들을 대상으로는 직장 내 스트레스 때문에 출퇴근길 안전 불감증에 빠지지 않도록 안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