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향적인 사람이 강하다? 학자가 본 성격의 진실
숫기가 없고 말수가 적으면 사회 적응력이 떨어지고 유약한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 반대로 활달하고 명랑하면 사교성 있고 강인한 사람으로 보이게 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보다 강한 걸까.
한국인은 내향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이 많다.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가진 미국은 어떨까. 외향적인 사람이 많을까. 그렇지는 않다. 미국의 심리유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거주자의 45~53%는 외향적인 성향, 47~55%는 내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거의 절반은 내향적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내향성’의 의미는 뭘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조용하고 부끄러움이 많고 혼자 있길 좋아한다는 점이 내향성의 본질은 아니다. 내향적이란 건 말을 내뱉기 전 심사숙고하고 행동하기 전 충분히 생각하고 실천으로 옮긴다는 걸 의미한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사고를 형성해나간다. 머릿속으로 깊이 사고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결론으로 도달하는 시간이 짧고 그 만큼 충동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하다. 재빠른 피드백을 좋아하고 보상이 실천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외향적인 사람보단 내향적인 사람이 지능지수(IQ)가 높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단 이는 테스트에 대한 집중력이 높기 때문인지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성향의 차이는 생리학적인 차이와도 연관이 있다. 자주 사용하는 뇌 영역의 부위가 서로 다르다.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보다 대뇌의 전두엽으로 많은 혈액이 흐른다. 이 부위는 기억력, 문제해결능력, 계획 세우기 등과 연관이 있다.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운전, 듣기, 보기 등과 연관이 있는 뇌 영역으로 보다 많은 혈액이 흐른다.
즉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보다 강하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각기 다른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정확히 이분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정신과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칼 융은 모든 사람이 두 가지 성향을 함께 가지고 있지만 그 중 한쪽으로 좀 더 기울어있다고 설명했다. 내향성과 외향성의 중간을 의미하는 양향성도 있다.
그렇다면 한 번 타고난 성향은 절대 안 바뀔까. 누구나 타고나는 성향은 있지만 자신이 처한 여건과 주변 환경 등에 따라 반대되는 성향이 표출될 수도 있단 게 심리학자들의 설명이다. 즉 성향을 기준으로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심지어 동물도 내향성과 외향성으로 성격이 갈린다. 상어에 대한 관찰보고서에 따르면 내향적인 상어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혼자 헤엄쳐가고, 외향적인 상어는 새로운 지역에서 적응할 때 이를 다른 상어와 함께 해결해나가려 한다. 우세함과 열등함의 차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성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