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제대 약대 출신 93세 일본인의 합리적 의심
탈장 수술의 부작용
2017 정유년 새해가 밝자마자 93세 일본인이 탈장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아 왔습니다. 고령인데도 비행기를 타고 한국까지, 그것도 우리 병원을 콕 찍어 온 이유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환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안녕하세요, 원장님”이라며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를 하면서 들어오는 노인. 순간 차트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분명 일본인이 맞습니다.
알고 보니 이 분은 서울대학교의 전신인 경성 제대 약대를 졸업했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해 한국말을 거의 완벽하게 했던 겁니다.
아흔을 훌쩍 넘긴 어르신이 한국행 비행기를 탄 사정은 이렇습니다. 이 분은 얼마 전 양쪽 서혜부 탈장이 생겨 수술을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이나 한국의 대부분 병원이 전신마취와 인공막을 사용하고 있어 고민이 됐다고 합니다.
약학을 전공한 만큼 의학적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품은 것입니다. 바로 취재(?)에 돌입한 이 분은 미국FDA 등 자료를 통해 전신마취의 위험성과 인공막이 불러올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 등에 대해 확인합니다.
“탈장 인공막에 대한 미국FDA의 3차례에 달하는 위험 경고, 그것도 위험 단계를 계속 높이고 있더라고요. 집단소송 등 관련 소송도 수 천 건이 넘고. 도저히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이 분 말씀대로 탈장 수술에 사용되는 인공막은 극심한 고통은 물론 혈관손상에서부터 장 천공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 어르신은 안전한 병원을 수소문하다 저희 병원이 국소마취 무인공막 탈장수술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멀리 찾아오신 것입니다. 수술 후 회복 시간에도 이 분과 저는 탈장 수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세계 탈장 수술을 선도하는 중심 병원으로 우뚝 서 주세요. 일본은 물론 여러 나라에 살고 있는 친구, 지인들에게 열심히 알리겠습니다”
탈장 수술에서 부작용의 씨앗으로 지적되고 있는 인공막.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환자를 위해서 이 골칫거리가 사라지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