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학습효과... 늑장공시 그리고 한미약품
7일 오전부터 한미약품이 1조원 규모로 얀센에 수출한 비만당뇨 치료제 'HM12525A'의 임상시험이 중단됐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증권가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소문의 진원지는 미국 임상시험정보시스템이었다. 얀센이 'HM12525A'의 임상시험 환자 모집을 중단했다는 소식이었다. 이와 관련 한미약품의 공식적인 언급이 없었지만 주가는 즉각적으로 곤두박질 쳤다.
오후가 되서야 한미약품은 "임상 중단이 아니라 임상연구를 위한 환자모집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것"이라고 공시와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하지만 늑장공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두 달 만에 다시 늑장공시가 논란이 된 것이다. 그리고 또 그 주인공은 한미약품이다.
- 두 달 전에도 한미약품
지난해 무려 8조원 규모의 기술을 수출해 한국 바이오제약사를 새로 썼던 한미약품은 늑장공시 사태로 불과 두 달 전에도 홍역을 앓은 바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에 8000억원 규모의 내성표적폐암 신약 올무티닙 기술을 수출했던 한미약품은 9월 29일 오후 베링거인겔하임측으로 올무티닙 권리를 반환하고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제약사에게 기술수출이 호재라면 수출해지는 대형악재였다. 호재와 악재에 민감한 주식시장을 감안하면 바로 공시를 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었지만 한미약품은 그 다음날인 30일 주식시장이 개장하고도 30분이 지난 후에야 공시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당시 한미약품은 29일 오후에 미국 제약사 제네텍과 1조 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를 공시한 상태였기 때문에 악재성 공시를 하루 늦게 발표하고 이 과정에서 공매도와 사전 미공개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로 검찰 조사 결과 한미약품 일부 직원들은 해당 정보를 알고 주식을 매도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제약업계는 물론 주식시장에서 한미약품의 신뢰도와 주가는 동반 추락했다. 또한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 무서운 학습효과
한미약품은 두 달 전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했지만 그와 거의 판박이라 할 수 있는 늑장공시가 또 다시 이어졌다.
7일 오전 상승세로 출발한 한미약품 주가는 언론을 통해 얀센에 수출한 비만당뇨 치료제 'HM12525A'의 임상시험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무려 20%가 하락하는 급락세를 보였다.
오후 "임상중단이 아닌 임상 환자 모집의 일시적인 유예"라는 한미약품의 공시와 해명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반등하지 못했다.
얀센 측도 "한미약품과 얀센의 파트너십은 굳건하며 조속한 임상 진행을 희망한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다음날인 8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미 두 달 전 늑장공시 논란으로 인한 학습효과가 한미약품에 대한 시장의 불신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무서운 학습효과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과 수출은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그 과정을 투자자들에게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한미약품도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도 곧바로 불공정 거래 여부에 대해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불공정거래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며 공시 전 소식이 알려져 해당 정보를 이용한 투자자가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