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왜 남성이 여성보다 위험한가
우울증은 남성보다 여성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마치 여성에게 흔한 질환처럼 알려져 있다. 여성은 호르몬 수치가 요동치고 임신 및 월경, 폐경 등을 경험하기 때문에 기분변화가 잦다는 점에서 우울증 위험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성 우울증 환자가 결코 적은 것 역시 아니다. 오히려 남성은 우울증이 아닐 것이란 자의적 판단으로 증상을 방치하고 위험한 상황에 이를 확률이 높다.
우울증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기도 하고, 업무를 비롯한 하루 일과를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남성의 우울증 징후는 여성의 징후와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지만, 단 이런 징후가 표출되는 방식에 있어선 다소 차이가 있다.
우울증은 평소 재미있게 생각했던 활동에 대한 흥미 감소, 피로감, 식욕변화, 수면장애, 무관심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여성에게는 이 같은 증상이 스스로를 하찮고 무가치하게 여기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슬픈 감정으로 표출된다. 반면 남성은 공격적이고 적대적이며 짜증스러운 형태로 표현된다.
이처럼 발현되는 방식에 차이가 있고, 또 한 가지 남성 우울증이 잘 감지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남성은 강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우울증이란 사실 자체를 부정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연약한 감정을 표현하는 건 여성스러움을 상징한다는 편견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우울증이 있어 병원 상담을 받는 남성의 상당수가 자신의 감정보다는 피로감처럼 신체적인 증상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남성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남성 우울증은 매우 파괴적이기 때문에 절대 방치하고 외면해선 안 된다. 기존 보고들에 따르면 남성 우울증 환자는 여성 우울증 환자보다 자살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자살 위험률은 여성보다 3~4배나 높다. 여성은 자살미수에 그치는 사례가 많다면 남성은 실질적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성은 강해야 하고 강한 사람일수록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사회적 압박이 치료시기를 놓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편견을 깨고 남성도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기보단 표출할 수 있는 인식이 확산돼야 하는 이유다. 슬픈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대처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남성들은 기분이 침체되면 흡연, 음주, 약물남용 등에 의존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통해 풀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로 인해 스스로를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고령층 남성은 우울증 위험률이 더욱 높은 집단이다. 심장질환, 암 등 신체적인 건강상태에도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씩 세상을 떠나고 일상적인 생활공간이었던 직장을 은퇴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자존감이 떨어지며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행인 건 남성이든 여성이든 우울증 환자의 80%가량은 항우울제 복용과 심리치료가 성공적으로 증상 개선을 이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울증 징후를 보인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 상담 등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